Life Story

나의 두피 가려움증 극복기(부제 : 샴푸 사용 중단 후기)

슈라。 2014. 12. 18. 09:52

  언젠가부터 시작 된 가려움증


언젠가부터 머리가 심하게 가려워졌습니다. 아마 군대를 다녀 온 뒤인 20대 초반부터였던 것 같은데요.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그 때부터 시작 된 가려움증으로 얼마 전까지 고통을 받았습니다. 군대에 가서 사용한 방탄 헬멧과 씻을 때 샴푸 대신 사용한 보급 비누, 매일 쓰는 모자 등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며 전역 후에 여러 방법들을 찾아가며 해결을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집중도 방해하고 긁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지 않고 정말 신경 쓰이는 일이며 두피 상태가 좋지 못하면 탈모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에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의외의 방법으로 가려움증을 해결했습니다.




  나에게 맞는 샴푸를 찾아보자.


가장 먼저 그리고 오랫동안 시도한 것이 민감해진 두피에 맞는 샴푸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일반 샴푸, 린스 겸용 삼푸, 두피에 좋은 샴푸, 한방 샴푸, 탈모에 좋은 샴푸, 천연 샴푸 등 많은 종류의 샴푸를 써 본 것 같습니다. 내 머리에 맞는 샴푸만 찾으면 해결될 거란 막연한 생각에 샴푸를 바꿔 사용해 봤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천연 삼푸나 딥샴푸 같은 가격이 비싼 제품은 조금은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가려움증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주진 못했습니다.




  두피 스케일링을 해보자.


미용실을 찾을 때마다 듣던 말이 있습니다. '뜨는 머리니까 파마를 해보면 좋겠다'는 말과 '두피가 빨갛네요. 두피 케어를 좀 받아보시는게 좋겠어요.'라는 말이었습니다. 머리가 뜨는 건 만져주거나 조금 길면 해결되는 거라 흘려 들었지만 두피 스케일링을 받으면 가려움증이 사라질 거라는 달콤한 말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결국 큰 돈을 들여 스케일링을 받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처음 스케일링을 받았는데 시원하고 개운하면서 기분이 좋긴 좋더군요. 한 번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40분 정도였고 두피의 노폐물을 깨끗하게 제거해준다는 말 때문인지 개운하면서 가려움증도 사라진 느낌이 좋았습니다. 두 번째 시술을 받을 때는 집에서 사용할 두피 전용 샴푸도 구입했었죠. 하지만 개운한 효과도 잠시 일주일에 한 번 시술을 받았는데 시술 받은 하루만 개운할 뿐 나머지 6일은 다시 가려움증이 나타났습니다. 어떤 날은 시술로 두피가 더 자극을 받았는지 상태가 더 안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두피 스케일링도 해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샴푸를 끊어보자.


그러던 어느 날, 포털 사이트에서 2년 동안 샴푸 없이 머리를 감았다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도 함께 올라왔었는데 머리도 단정하고 여러 가지가 좋아졌다는 내용이었죠. 순간 '아! 이거다. 샴푸를 끊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머리는 무조건 샴푸로 감아야 한다고 알고 있었기에 샴푸를 바꿔볼 생각만 했지 사용하지 않는 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무작정 샴푸 없이 머리 감기를 시작했고 생각보다 빠른 일주일 뒤부터 가려움증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8월 25일부터 샴푸 없이 물로만 머리를 감아온 지 벌써 4개월이 가까워 오고 있는데 가려움증 외에도 긍정적인 변화들이 나타났습니다.


 샴푸 사용을 중단하고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들

  • 가려움증이 사라짐
    - 가장 만족스러운 변화입니다. 그렇게 노력을 해도 사라지지 않던 가려움증이 사라졌습니다.

  • 차분해진 머리 스타일
    - 곱슬이 아닌 직모라서 머리를 자르면 어김없이 머리가 들뜨는데 샴푸를 사용하지 않으니 머리에 유분이 모두 씻기지 않고 남아 머리를 차분하게 해 줍니다.

  • 비오는 날에도 나타나지 않는 돼지털
    - 지랄머리라고 하기도 하고 돼지털이라고 하기도 하는 꼬불꼬불 지저분한 머리카락. 곱슬머리가 아니지만 저런 머리카락들이 있을 수 있죠. 비만 오면 저 머리카락들이 일어나서 심난하게 하는데 샴푸를 사용하지 않으니 비가 와도 차분함이 유지됩니다.

  • 환경을 덜 오염 시킨다는 약간의 뿌듯함
    - 샴푸가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것 같은데요.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감으면서 조금은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 머리 냄새가 줄어듦
    - 샴푸를 사용해도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오면 머리에서는 아침의 샴푸 향기가 아닌 냄새가 납니다. '샴푸를 안 쓰면 더 심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물론 기분 좋은 화학 제품의 냄새가 없으니 약간의 머리 본연의 냄새는 났지만 저녁이 되어도 그 수준을 유지하더군요. 샴푸를 사용할 때는 나빠진 두피와 화학 성분이 냄새를 더 독하게 만들었던 것일까요?

  • 머릿결이 좋아짐
    - 샴푸를 중단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 머리를 자르러 갔습니다. 머리를 자르고 나면 미용실에서 감겨줘서 샴푸를 사용하게 됐는데 머릿결이 정말 많이 부드러워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두피가 가려워져서 이후로는 머리를 자르고 털어달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 뜨거나 눌린 머리의 복원력이 향상됨
    - 잠을 자거나 누워 있다 보면 머리가 눌리거나 새집이 생기게 되죠. 다시 되돌아 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머리를 다시 감곤 했었는데 샴푸를 사용하지 않은 뒤로는 돌아오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머리 길이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빠르게 머리가 단정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샴푸 사용을 중단하기 전 걱정스러웠던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나타났습니다.

 샴푸 사용을 중단하면서 나타난 불편한 점

  • 머리 감는 시간이 길어짐
    - 세제를 사용하지 않으니 당연히 머리에 있는 기름기가 잘 씻기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의 온수를 사용해야 하고 머리와 두피를 마사지 하는 시간도 샴푸를 사용할 때보다 두 배 이상 길게 해야 개운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샴푸 사용 중단 후 초기의 머리의 기름기
    - 저는 머리에서 기름기가 많습니다. 지성 두피라고 알고 있었죠. 샴푸 사용을 중단하기 전에 가장 고민했던 점이 바로 이 기름기였는데요. 역시나 샴푸 사용을 중단하니 기름기도 많고 답답했습니다. 특히 처음 한 주 동안이 가장 답답하고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었는데요. 다행히 시간이 지날 수록 머리에서 분비되는 유분의 양이 줄어드는지 3주가 지난 뒤부터는 퇴근하는 시간까지 일명 '떡진 머리'가 되지 않고 잘 유지 됐습니다.
    - 중간에 미용실에서 샴푸를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면 다시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다시 머리의 유분이 적당한 상태가 되기까지 2~3주 정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 물의 사용이 많아짐
    - 샴푸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머리 감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당연히 물의 사용량도 많아졌습니다. 앞서 말했던 환경 보호 효과를 상쇄하는 것 같습니다. 샤워기 대신 물을 받아서 사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 중단 초기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
    - 이것 역시 초기에 느꼈던 것인데 지저분해 보이지 않을까, 냄새는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표시가 나지 않고 주변에 남자들만 있어서 그런지 알아채거나 불편해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른 척 해주었던 것일까요?




샴푸 사용을 중단하고 4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나면서 실험 전에 냄새나 기름기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고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샴푸 사용을 중단하면서 샴푸에 대해 좀 찾아봤는데 샴푸에 들어가는 화학 성분이 많다고 합니다. 그 중에 각종 세제에 들어가는 계면활성제란 성분은 피부에 좋지 않으니 설거지 할 때 고무장갑 착용을 권장하기도 하죠. '그 많은 화학 성분이 과연 두피와 모발에 좋은 성분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 두피에서 분비하는 것들은 씻어내야만 하는 노폐물인 것일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실험 기간이 짧고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혼자 실험적 경험을 하는 중이라서 어떤 결론을 내리기도, 누구에게 권하기도 어렵겠지만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한 이 실험을 계속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