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세제 사용 안 하기 2탄 - 비누 없이 세수하기

슈라。 2014. 12. 19. 09:27

  얼굴도 물로만 씻어보자!


이전 글에 샴푸 사용을 중단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샴푸 사용을 중단하면서 함께 실험해 보기로 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얼굴도 세제 없이 물로만 씻어보는 것입니다. 저는 누구보다 얼굴에 기름이 많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기름기가 많습니다. 기름기를 흡수하면 투명해지는 파란색 기름종이 몇 장 정도는 금세 써버릴 수 있을 정도이고 저녁이 되면 눈가의 기름 때문에 눈이 따가울 정도였죠. 그래서 그동안 세수를 할 때 비누로는 부족해서 세안제를 사용해 최대한 열심히 씻어내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샴푸와 함께 세안제와 비누도 끊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로 얼굴을 한 번 문지르면 밤새 분비된 기름이 미끌미끌 묻어 나왔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물로 비누 없이 계속 문질러 주니 기름기가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평소에 비누나 세안제로 세수하던 것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꽤 잘 씻겼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세안제와 비누 없이 세수를 한 지 벌써 4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그 결과 샴푸와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얼굴을 물로만 씻은 뒤 나타난 변화


  • 기름기의 분비량이 줄었다.
    - 얼굴에 분비되는 그 엄청난 기름기가 걱정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물로만 씻으니 분비량이 줄었습니다. 세안제를 사용할 때는 씻은 뒤 한 시간이면 번들번들 해졌는데 물로만 씻은 뒤로는 오후가 돼도 번들거림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 피부 당김이 줄고 로션이 필요 없어졌다.
    - 물로만 씻으니 피부에 있는 모든 유분을 제거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세안 후 피부가 당겨서 발라줘야 했던 스킨 로션 없이도 피부 당김으로 인한 불편함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세안제와 함께 화장품도 같이 끊어버렸습니다.
    어느덧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었는데도 화장품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 피부 트러블이 줄었다.
    - 물로만 세수하면서 나타난 또 하나의 신나는 변화입니다. 입 주위나 턱선, 볼 등에 자주 나타나던 피부 트러블 발생 빈도가 확 줄었습니다. 노랗게 곪고 짜면 딱지 생기고 아프고 지저분해 보이는 트러블들이 사라지니 정말 좋군요.

  • 앞머리가 떡지지 않는다.
    - 얼굴에 기름기가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죠. 바로 앞머리가 이마의 기름 때문에 뭉치면서 일명 떡진 머리가 됩니다. 하지만 물로만 세안한 뒤 피지 분비량이 줄어 머리가 뭉치는 정도가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 각질이 덜 생긴다.
    - 세제를 사용할 때보다 얼굴에 각질이 덜 생깁니다. 세안제로 세안 후 화장품을 제대로 바르지 않아 허옇게 일어났다고 아내에게 핀잔을 들을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화장품을 안 발라도 그런 지적을 안 하네요.




  얼굴을 물로만 씻을 때의 단점


샴푸 없이 머리 감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로만 얼굴을 씻을 때에도 몇 가지 단점이 있었습니다.

  • 씻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아무래도 세제 없이 씻어내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찬물일 경우에는 더 오래 씻어줘야 합니다. 

  • 면도가 잘 되지 않는다.
    - 물면도를 주로 하는데 물로만 씻으면서 면도날을 대보니 뻣뻣해서 제대로 되질 않습니다. 결국 면도할 때만은 쉐이빙 폼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뻣뻣하면 면도날이 잘 안 나가서 피부에 상처가 날 수 있어서 어쩔 수가 없더군요.

  • 물을 많이 사용한다.
    - 세안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역시 물 사용량이 많아집니다.





씻어내야 할 노폐물이라고만 생각했던 피지는 단순한 노폐물이 아닌 피부를 보호하는 성분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피지가 과하게 분비되었던 이유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씻어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울러 피곤해서 생기는 줄 알았던 피부 트러블이 피부를 보호하려고 발라줬던 화장품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화장품에 대한 배신감도 느껴집니다. 

이 글 역시 개인적인 실험으로 느낀 점을 기록한 것으로 객관적인 정보가 될 순 없습니다만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지금의 세안 방법을 유지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