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돌 맞은 자동차 유리를 직접 복원해 보자.

슈라。 2015. 2. 3. 08:22

  누가 내 차의 앞 유리에 X 표시를 해 놓았나...


지난 달 24일. 결혼식 참석을 위해 광주에 들렀다가 근처에 있는 담양의 죽녹원에 들렀다 왔습니다. 죽녹원에 갔다가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차로 이동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아내가 가리키고 있는 보조석 쪽의 앞 유리에 X모양으로 금이 가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88올림픽 고속도로를 탔는데 길이 좁고 공사 중이라 위험하다고는 생각했는데 그 도로로 이동하는 중에 모래나 작은 돌에 맞은 모양입니다.

이제 갓 6개월이 지난 스포티지R인데... 무너지는 멘탈을 겨우 수습하고 나니 이 금이 점점 자라날 거란 생각에 머리 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유리를 교체해야 하나 싶다가 얼마 전 회사 동료가 비슷한 파손을 당한 기억이 나서 물어 봤습니다. 5만원쯤을 주고 유리 용접(?)을 했다고 해서 물어 봤는데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큰 효과를 보지 못해서 결국 유리를 교체했다고 합니다. 이중으로 돈 들이지 말고 교체 하기를 추천했습니다.

교체를 하는 게 낫겠구나 싶어 렌터카 업체의 담당 직원에게 보험 처리가 가능한지 문의를 했습니다. 담당 직원은 자동차 앞 유리의 보험 처리는 가능하지만 사용자의 면책금이 20만원인데 교체 비용은 20만원이 되지 않아 자비로 교체하는 것이 나으며 틴팅(썬팅)까지 다시 하려면 추가로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니 크게 손상된 것이 아니라면 유리 복원을 해서 조금 더 타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을 합니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또 다른 회사 동료가 1만원짜리 자가 수리 킷이 있으니 사서 해보라는 이야길 해 주더군요. 비용도 큰 부담이 되지 않고 직접 해 볼만 하다 하기에 실패하면 그냥 교체할 생각으로 직접 복원 작업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금이 간 차 유리 직접 복원해 보자.


작업을 위해 인터넷에서 자가 수리 킷을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만원 남짓. 실패해도 그리 부담되지는 않는 가격입니다.


이렇게 생긴 물건입니다. 상자의 그림대로만 복원된다면 바랄게 없겠군요.




제품의 구성입니다.
시계 방향으로 브릿지, 브릿지 고정용 흡착판, 인젝터, 피스톤, 칼날, 보수액, 아스테이지, 설명서입니다.




사용 설명서입니다. 설명서 내용을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으로 보입니다.



설명서의 내용을 숙지하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햇빛에 건조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작업을 한 지난 금요일에는 날씨가 좋았습니다. 기온이 2도 정도로 낮고 바람이 분다는 것이 조금 걱정스러운 조건이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금이 간 부분을 촬영하려면 이렇게 차량 내부에 거울을 대 주면 잘 나옵니다.
방사형 형태의 금으로 중앙에는 무언가에 맞아 깨진 부분이 있습니다.
크기는 2cm 미만으로 크지 않아 다행입니다.




브릿지에 흡착판과 인젝터를 결합해서 손상 된 부위에 잘 맞춰서 붙여 줍니다. 가운데 깨진 부분에 맞추기 위해 여러 번 옮겨 부착해야 했습니다.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더군요. 적합한 위치에 부착했다면 인젝터를 오른쪽 방향으로 더 돌려서 완전히 밀착시켜 줍니다.
이 과정에서 힘 조절을 잘못 하면 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후기가 많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조였습니다.




인젝터를 돌려 유리에 밀착시켰으면 보수액을 칼이나 가위로 개봉하고 넣어 줍니다.
사진처럼 위에서 떨어뜨리지 말고 안쪽으로 깊숙이 집어 넣고 떨어뜨려 줘야 합니다.
설명서에는 3방울 정도로 되어 있지만 보수액은 충분하니 5번 이상 쭉쭉 넣어 줬습니다.




보수액을 넣고 피스톤을 끝까지 돌려 조립한 후 내부에서 진행 상황을 살펴 봤습니다.
기온이 낮아 보수액이 잘 스며들지 않는 것 같아서 히터를 틀고 기다렸습니다.
틴팅 때문에 라이터는 사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설명서의 3분이 아닌 대략 15분 정도를 기다린 뒤에야 보수액이 거의 스며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수액이 스며들어 금이 보이지 않게 되면 브릿지를 떼어 내고 표면에 보수액을 발라 준 후 셀로판지로 눌러 붙여 줍니다.
그리고 햇빛을 잘 받을 수 있게 차를 이동시켰습니다.
역시 날이 추운 관계로 20분 이상 충분히 햇빛을 받게 했습니다.




충분히 햇빛을 쪼여 줬다면 셀로판지를 걷어 내고 동봉 되어 있던 칼날로 긁어 줍니다.
설명서처럼 직각으로 세워서 하면 잘 되지 않고 유리면과 20도 정도가 되도록 기울여서 살살 밀어 줘야 얇은 비닐이 벗겨지듯 깔끔하게 벗겨집니다. 유리가 상하거나 깔끔하지 않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잘 벗겨졌습니다.



모든 작업이 끝났으니 결과를 살펴 볼까요?

오~ 충격에 맞은 부위만 점의 형태로 남고 금은 깔끔하게 사라졌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꽤 깔끔합니다.
사진상으로는 매우 깨끗하지만 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차 안에 있을 때 빛이 비치면 실금처럼 윤곽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전 보다는 눈에 덜 띄고 불안함도 덜 해졌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복원을 시도해 봤는데 그 결과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유리의 훼손 정도가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주행 중에 뭔가에 맞아서 유리에 2~3cm 정도로 작은 금이 갔을 때 해볼 만 한 방법이 아닌가 싶군요.
유리의 파손 상태가 더 심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대성공으로 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