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주방 발코니의 바닥 타일을 직접 시공해 본 이야기

슈라。 2022. 5. 11. 08:29

  눈엣가시인 주방 발코니의 바닥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와서 살면서 직접 손 볼 만한 곳은 대부분 어떻게든 고쳐가며 살고 있습니다만 한 가지 가장 거슬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발 발코니의 바닥인데요. 물을 많이 사용하는 곳이라 타일로 되어 있어야 할 곳인데 강마루로 덮여 있었고 당연히 세탁기와 냉장고의 물 때문에 마루가 많이 상해 있었습니다. 이사 일정상 손을 볼 수도 없어서 그냥 짐을 놓고 살고 있는데 언젠가는 손을 보긴 해야 하는 곳입니다.

 

 

 

  바닥 교체 공사 시작

생각만 한 지 2년이 훌쩍 지나 버리고 생각만 하는 남편이 못마땅한 아내는 일을 시작해버렸습니다. 아내는 본인이 바닥의 강마루를 모두 제거해 둘 테니 이후 타일 작업이나 같이 하자고 하더군요. 아내는 마루를 다 제거하고 그 위에 본인이 고른 타일로 덮는 시공을 하기로 했답니다.

먼저 많이 상한 바닥을 공략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물을 많이 사용하는 세탁기가 있는 쪽이었지요. 처음에는 이렇게 커터칼로 살살 쑤셔서 벗겨내 봤는데 할만할 거 같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드라이버나 스크래퍼를 동원해서 벗기기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물을 먹어 썩어버린 마루는 깔끔하게 벗겨져 주질 않았죠. 사진처럼 부스러져서 먼지도 많이 나고 손에 상처를 입기 십상이었습니다.

 

 

 

일단 일을 저질렀으니 최선을 다해 마루를 벗겨 봤다고 합니다. 마루를 벗겨내면서 안에서 썩어 있었기 때문에 곰팡이 냄새도 나고 먼지도 날리니 아내의 건강에는 아주 좋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본인이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3일간 틈틈이 벗겨낸 것이 이 정도입니다.

 

 

냉장고가 있는 쪽도 한 번 볼까요. 이쪽은 이정에 살던 사람들 설명으로는 정전됐을 때 냉장고에서 물이 흘러나와 이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탁기 쪽보다는 덜 상했지만 벗겨내기는 여기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와이프가 호언장담하고 3일간 작업한 후 모습이 대략 이렇습니다. 이대로라면 벗겨내는 작업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될 것 같더군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건강도 걱정이 되고 하니 수작업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했습니다.

 

 

 

  철거는 전문가와 기계에게

마루 철거는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바로 몇 군데 전화를 걸어보더니 견적을 받고 예약을 했습니다.

철거 시공 업자의 설명으로는 기본 출장비가 있기 때문에 한 번에 할 때 전체를 하는 게 저렴하겠지만 우리는 전체를 할 것 아니었기 때문에 발코니 하나에 대한 견적만 받았습니다. 가격은 20만 원이고 철거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예상하더군요.

 

예약한 날에 전문가와 기계가 우리 집을 방문했습니다.

먼저 작업 구역을 나누고 

 

 

무시무시한 기계가 앞뒤로 움직이는 날을 가져다 대니 본드로 강하게 들러붙어 있던 마루들이 힘없이 죽죽 벗겨집니다. 3일간 아내가 벗겨낸 양을 1분도 채 걸리지 않아서 해 냅니다. 역시 일은 기계가 해야 합니다...

 

 

힘없이 벗겨져 나뒹구는 마루 조각들입니다.

 

 

30분 정도만에 모두 벗겨진 발코니는 원래 깔려 있었던 타일을 드러내었고 남아 있는 본드들을 제거하기 위해 샌딩기가 등장했습니다. 위에 장판을 시공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샌딩을 아주 매끄럽게 하진 않아 작업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마루 철거와 샌딩 작업까지 예상대로 1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아주 속이 시원하게 다 벗겨졌습니다. 이 작업을 손으로 하려 했던 아내의 행동력을 칭찬합니다.

 

 

 

  타일 시공

이제 타일을 위에 덧방 시공할 차례입니다.

타일은 이런 6각형 모양을 골랐습니다. 9개씩 붙어 있어서 시공하는데 조금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테두리 부분은 전부 타일을 잘라서 넣어줘야 하는 고난도 타일입니다. 타일이라는 것도 처음 만져보는데 어째서 이렇게 어려운 타일을 골랐는지...

 

 

타일 커팅도 당연히 처음 경험해 봤습니다. 2만 원짜리 타일 커터를 사서 열심히 문질러가며 타일을 잘랐습니다. 사진의 타일은 나모 몰딩이 되어 있던 바닥 바로 위 테두리에 붙일 1자 타일입니다. 초반에 몇 개를 깨 먹으며 타일 커터 사용법을 익히고 거의 1시간이 넘게 사용할 타일들을 미리 잘랐습니다. 10% 정도는 잘못 깨져서 손실이 생겼고 익숙하지 않은 도구 사용에 손에는 물집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타일 접착제를 물에 개어서 타일을 바닥에 붙였습니다. 둘이서 분주하게 작업하느라 사진 찍을 새도 없었습니다.

이 사진은 바닥과 테두리 타일을 모두 붙이고 하루 동안 굳힌 상태입니다. 타일을 미리 자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었지만 붙이는 작업은 많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타일 본드가 단단히 굳은 뒤에 백시멘트로 메지(?)라고 부르는 줄눈 채우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타일을 붙이고 힘들어서 아예 다음날 줄눈 작업을 했습니다. 줄눈은 아내가 주걱으로 예쁘게 잘 넣어줬습니다. 넣는 것도 일인데 타일 전체에 묻은 시멘트를 닦아내는 게 더 오래 걸렸습니다. 걸레를 빨면서 5번은 닦아낸 것 같습니다.

 

 

줄눈까지 굳고 난 뒤 모습입니다. 초보가 한 티가 나죠. 여기저기 간격이 불규칙하고 하지만 직접 했다는 뿌듯함도 있고 멀리서 보면 잘 표시가 나지 않아 나름 잘했다고 둘이서 좋아했습니다.

 

테두리 타일에 실리콘으로 마무리를 하고 세탁기와 냉장고 등 큰 짐들을 다시 배치했습니다.

단단한 타일이 받쳐줘서 이제 썩은 마루가 주던 세탁기의 흔들림이 사라졌습니다.

 

 

냉장고 문 앞의 물 먹은 자국이 사라지니 한결 깔끔한 바닥입니다.

 

 

이렇게 철거 20만 원에 재료비 15만 원으로 주방 발코니 바닥을 바꿔 봤습니다. 타일은 B급 타일이라서 상당히 저렴하게 구매했습니다. 눈으로 봐서는 크게 표시 나는 부분도 없는데 절반 이하의 가격이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이사 온 지 2년이 넘어서 하게 되었네요. 마루에서 타일로 바꾸니 확실히 바닥 온도가 낮습니다. 나무 마루일 때보다 겨울에 차가워서 불편하긴 하겠지만 가장 손대기 어려운 부분을 고쳐놨더니 후련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타일 시공도 직접 해보니 아주 못할 작업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웬만하면 돈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역시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