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과 닮은 도서 정가제
2014년 11월 21일부터 도서 정가제가 시행된다고 합니다. 도서 정가제라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고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도서 정가제를 고쳐서 시행한다는데요. 온라인 서점 등의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밀려난 동네 책방을 살리고 출판계의 문제를 고치는 것이 그 취지라고 하지만 최대 할인 폭이 19%에서 15%로 조정되고 할인 제한의 예외 조항이 사라져 전체적인 책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일부만 싸게 구입하는 휴대폰을 모든 국민이 똑같이 싸게 만들자는 좋은 취지로 출발한 단통법 시행 후 모든 국민이 평등하지만 모두 비싸게 살 수 밖에 없도록 바뀐 것처럼 도서 정가제 개정 시행도 여러 부작용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우려하며 제 2의 단통법이란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온라인 서점에서는 최근 대폭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여러 커뮤니티에서 묶음 할인이나 문학 전집들의 폭탄 세일 정보를 볼 수 있었는데요. 평소 독서를 즐기지 않던 저도 왠지 모를 조바심이 생기면서 단통법 시행 이전에 갑자기 휴대폰을 바꿨던 것처럼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구매하는 전자 책, 그리고 사재기
그동안 넥서스7(2013)로 지역 전자 도서관을 이용해서 책을 가끔 보기는 했는데 이것은 사실 종이 책과 얼마 차이 나지 않는 가격으로 전자 책을 사는 것은 조금 비싸다 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전자책을 한 번도 구매하지 않았던 저인데 도서 정가제의 소식을 듣고 리디북스, YES24, 교보문고 등의 온라인 서점을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전자 책을 즐겨 보는 주변 지인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리디북스에서 책을 좀 사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월초라서 캐시를 충전하면 포인트를 평소의 두 배나 적립해주는 이벤트가 있더군요. 바로 20만원이라는 거금을 충전해서 236,000원에 달하는 포인트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세일 중인 책들을 살펴봤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펭귄 클래식 세계 문학 전집 100권'. 전자 책 정가가 77만원 정도지만 할인가가 89,000원 밖에 안되었습니다. 100권에 89,000원이라니 정말 저렴하지만 '책의 구성이 좀 별로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목록을 살펴보니, 이럴 수가... 안 읽어 본 책이 대부분이군요. 책을 참 멀리 하고 산 모양입니다. 바로 카트에 담았습니다. 또 둘러보니 9,900원에 책을 최소 10권 더 받을 수 있는 럭키백 이벤트도 하는군요. 이것도 담고...
이렇게 마음에 드는 패키지를 몇 개 담아보니 순식간에 카트에 담긴 책들의 가격이 16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동네 서점에서 책 10여권 쯤이나 살 수 있을 법한 돈으로 골라 담은 책은 몇 권이었을까요? 무려 144권이었습니다.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책을 150권 가까이나 사재기 해 버린 것입니다.
20만원을 충전해서 144권의 책을 구입했지만 아직 캐시는 7만원이나 남아 있습니다. 개정된 도서 정가제가 시행 되기 전에 마음에 드는 패키지가 나타나면 더 구입해 둘 생각입니다. 좋은 법안인지 나쁜 법안인지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았지만 덕분에 위기감이 소비 심리를 자극해서 다량의 책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좋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모두 지나가기 전에 책 좀 읽으라는 계시로 알고 남은 2014년은 TV 보다는 책을 가까이 하며 보내야겠습니다.
휴대폰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과연 이런 것들의 유통 문제를 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충분히 따져보고 제대로 만들어서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세금을 비롯해 여러 가지로 삶이 팍팍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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