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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를 교체하지 않고 VX Nano 수리하기

슈라。 2014. 7. 23. 09:30

  V550 Nano의 고장


이전 글2014/02/17 - 아끼던 마우스 VX Nano의 고장 그리고 로지텍의 A/S

올해 초에 VX Nano의 왼쪽 버튼이 고장 났던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A/S를 받을 수 없어 안타까워 하면서 버리기도 아까워 그냥 봉인해 두었었는데요. 봉인을 해 두고 2009년부터 사용해 오던 V550 Nano 마우스를 다시 꺼내 사용해 왔습니다.



2009년부터 사용해 오던 V550 Nano

5년이 넘도록 사용하면서 왼쪽 버튼 부분은 은색 코팅이 벗겨져 흰 플라스틱 속살을 드러내버렸습니다. 그래도 동작은 잘 되니까 잘 사용해 왔는데 이 V550마저 며칠 전부터 왼쪽 마우스가 이상 동작하기 시작하더군요. VX Nano와 마찬가지로 왼쪽 버튼을 클릭하면 더블 클릭이 실행되고 드래그는 잘 안 되는 전형적인 로지텍 마우스의 이상이었습니다. 

두 개의 무선 마우스가 모두 고장이 나 버리니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물론 집에는 유선 마우스가 세 개나 있지만 무선 마우스의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유선 마우스는 사용하기 싫어진 지 오래 됐죠.




  VX Nano를 수리해 보자!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고장 난 마우스를 뜯어나 보자! 라는 마음으로 먼저 고장 난 VX Nano에 손을 대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 보면 직접 Omron 스위치를 교체해서 수리하는 고수 분들의 포스팅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요. 간단한 납땜 작업이라고 쓰여 있지만 인두는 잡아본 적도 없는 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습니다.
Omron 스위치의의 단품 가격은 1000원 정도로 저렴하지만 수리를 위해 인두와 납 등의 도구들을 구매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아닐 수 없죠. 납땜을 위한 도구까지 구매하다보면 저렴한 무선 마우스 가격은 그냥 나오고 마니까요.

그러다가 2007년쯤 로지텍 마우스의 버튼이 고장 난 것을 고쳐본 기억이 났습니다. 당시에 사용하던 마우스는 유선 마우스로 아야쿠쵸라는 별명을 가진 녀석이었는데요. 당시에 게임을 신나게 하던 시절이라 왼쪽 스위치를 눌러주는 부분이 닳아서 클릭이 안 되는 문제가 있어서 플라스틱 조각을 붙여 고친 적이 있습니다.

VX Nano와 V550 Nano 역시 그런 방법으로 수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 VX Nano를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VX Nano. 사용은 많이 안 했지만 4년이나 된 제품

봉인해 두었던 VX Nano를 다시 꺼냈습니다. 여전히 사용감 마저 없는 깔끔한 상태로 보존이 되어있네요. 





▲ 재료 준비 : 마우스, 드라이버, 가위, 강력접착제, 얇은 플라스틱

수리를 위해 재료를 준비합니다. 사진에 있는 와인 오프너는 재료가 아니고 오프너의 플라스틱 포장이 그 재료가 됩니다.





▲ 세 군데의 서퍼(?)

마우스의 분해를 위해 먼저 마우스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는 바닥의 세 플라스틱 서퍼(?)를 제거해 줍니다. 잘 떨어지지 않으니 칼과 같은 도구로 조금씩 들어서 떼어주면 됩니다. 너무 힘을 줘서 떼어 버리면 재사용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바닥에 있는 네 개의 나사

세 개의 서퍼를 제거하면 그림과 같이 세 개의 나사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배터리 커버를 열고 배터리를 제거하면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안쪽에 한 개의 나사가 더 존재합니다. 네 개의 나사를 모두 풀어줍니다.





 커버를 분리한 모습

네 개의 나사를 풀고 마우스 측면의 틈에 손톱을 살짝 넣어주면 커버가 쉽게 분리 됩니다.





 마우스의 내부 모습

마우스의 커버를 제거하고 나면 마우스 내부의 부품들이 보입니다. 노란 사각형 안에 있는 부품이 Omron 스위치입니다. Omron 스위치는 Omron Japan과 Omron China가 있는데 그 중에서 Omron China가 문제가 발생하는 부품입니다. 보통 능력자 분들은 이 스위치를 Omron Japan으로 교체해서 수리를 하시죠. 

하지만 그런 능력이 없는 제가 손을 댈 부분은 이쪽 부분이 아닙니다.





▲ 마우스 커버의 스위치를 눌러주는 부분

제가 손을 댈 부분은 바로 마우스 커버쪽입니다. 마우스 커버의 안쪽을 보면 사진과 같이 스위치를 눌러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클릭을 하면 저 부분이 Omron 스위치를 눌러 주는 것이죠.
저 부분이 스위치를 확실하게 눌러주지 못하기 때문에 더블 클릭이나 드래그에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스위치를 확실히 눌러줄 수 있도록 플라스틱 조각을 덧대주는 것이 제가 생각한 해결책입니다.
사진의 노란 네모 안의 부품이 왼쪽 버튼의 안 쪽으로 이미 플라스틱 조각을 붙인 상태입니다.





 수리에 사용한 플라스틱

버튼의 안쪽에 덧대기 위한 재료로 저는 와인 오프너의 포장을 선택했습니다. VX Nano의 클릭 유격은 상당히 작아서 덧대는 재료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적당히 딱딱하면서 얇은 재료를 찾다 보니 이 플라스틱이 눈에 띄더군요. 이 플라스틱 조각을 2mm 정도의 폭으로 잘라서 강력 접착제로 버튼의 안쪽에 붙여줬습니다. 

버튼의 안쪽, 스위치와 닿는 부분은 사용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표시가 남아 있습니다. 그 부분을 잘 덮을 수 있도록 주의해서 플라스틱 조각을 붙여주면 조치는 끝이 납니다.





 3M 순간 접착제

작업을 간단하게 끝내준 3M 순간 접착제입니다. 붙이는 건 역시 3M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커버를 열고 버튼 안쪽에 간단하게 플라스틱 조각을 붙여주는 것으로 수리는 끝이 났습니다. 조립 역시 나사 네 개만 조여주고 서퍼를 붙여주는 것으로 간단하게 끝납니다.




  조치 결과


스위치 교체라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닌 스위치 커버에 손을 댄 방법이었는데 그 결과는 과연 어땠을까요?

결과는 예상 외로 훌륭하게 증상이 고쳐졌습니다. 클릭과 더블 클릭은 물론이고 드래그도 정상적으로 잘 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을 덧대었기 때문에 클릭감에 영향이 없을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정도입니다. 클릭감에 민감하다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네요.



 


'안 되면 버리지 뭐.'라는 생각으로 시도해 본 방법인데 생각보다 잘 고쳐졌습니다. 이미 4년, 5년이란 많은 시간이 지난 마우스들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되어 기분도 좋고 뿌듯합니다. VX Nano를 조금 더 써 보고 조만간 V550 Nano도 수술을 해줘야겠습니다.

납땜으로 인한 부담감이나 재료, 도구비 때문에 수리를 미뤄왔다면 한 번쯤 시도해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고 클릭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시술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