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이야기

새벽부터 시작 된 진통, 그리고 출산.

슈라。 2016. 11. 22. 10:00

  드디어 시작 된 진통


임신 38주 5일이 되던 날 아침. 평상시보다 조금 이른 시간인 6시에 눈을 떴는데 아내는 이미 깨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표정을 보니 어제와 같이 평온한 상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내는 진통이 시작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진통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새벽 5시 쯤부터라고 했습니다. 


첫째 때도 진통이 심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많이 아프진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신호가 온다는 말을 듣고 얼른 병원을 가기로 했습니다. 회사에는 우선 휴가를 내고 아내와 첫째 아이와 함께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분만 준비


업무가 아직 시작 되기 전인 8시 쯤에 병원에 도착해서 평소 접수하던 곳으로 갔습니다. 진통이 오고 있다고 하기엔 생각보다 평온해 보이는 아내의 모습에 직원은 가진통일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분만실로 안내를 해 줬습니다.


분만실이 있는 층에 도착해서 아내는 혼자 검사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첫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자궁은 조금 더 열렸고 진통이 맞다고 했습니다. 잠시 후 아내는 분만을 위해 옷을 갈아 입고 수액을 연결했습니다. 분만실이 있는 병동에는 보호자 한 명이 들어 갈 수 있지만 첫째 아이가 있어서 아내는 혼자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둘째는 첫째 때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병원을 급히 찾아왔는데 생각보다 진행이 빠른 것 같진 않았습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려는 20개월 첫째 아이를 따라 다니느라 힘들어서 그런지 시간은 더 천천히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자꾸만 밖으로 나가자는 아이를 따라 나와서 급히 나오느라 챙기지 못한 첫째의 아침을 챙겨 먹이고 병원 주변을 함께 걸으며 아내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태어난 둘째


11시 40분이 되었을 즈음,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둘째가 곧 나올 것 같아 분만실 침대로 가서 준비 중이라고...


첫째 아이를 데리고 얼른 분만실 병동 앞으로 가서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자꾸만 나가자고 징징거리는 첫째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며 기다린 지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간호사가 보호자를 찾았습니다. 곧 아기가 나오니 탯줄을 자르러 들어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아이를 간호사에게 맡기고 들어가려 했지만 기분이 많이 좋지 않은 첫째가 영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탯줄을 자르는 건 포기하고 태어난 아기가 신생아실로 옮겨지기 전에 잠깐 만나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10분 정도 후에 태어난 아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양수 속에서 있다 나와서 예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아기의 키는 51Cm, 몸무게는 3.18Kg이고 손가락, 발가락, 눈, 코, 입, 귀 모두 이상 없었습니다. 정기 검진 막판에 아기가 조금 작다고 해서 마음이 쓰였는데 다행히 적당하게 잘 커서 태어났습니다. 

첫째 아이는 38주 4일이 되는 날 태어났는데 둘째는 그보다 하루 늦은 38주 5일에 태어났습니다. 형제 아니랄까 39주도 채우지 않고 급하게들 나왔네요.


같이 들어가서 탄생의 순간을 함께 하고 탯줄도 잘라 주지 못해서 아쉽긴 했지만 엄마와 함께 고통을 나누고 건강한 모습으로 잘 태어나 줘서 고맙고 기특했습니다. 둘이서 분만실에서 함께 분만을 준비했던 첫째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혼자라서 걱정이었는데 아내는 씩씩하게 웃으며 들어가서 잘 해 냈습니다. 첫째 아이를 낳을 때와 마찬가지로 단 한번도 소리 지르지 않고 낳았다고 합니다. 분만 후 한 시간 뒤에 아내는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왔는데 첫째 때보다 얼굴은 더 좋아 보였습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만 3년이 되기 전에 두 형제를 얻어 결혼 할 때 목표였던 4인 가족을 이뤘습니다.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일들이 펼쳐 모르겠지만 우리 네 식구 항상 행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날 때만 해도 실감하기 어려웠던 '어깨가 무겁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는 조금 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낳아 준 아내, 잘 태어나 준 둘째, 잘 기다려 준 첫째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