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스트레스 최고 - 에어컨 실외기 소음 잡기

슈라。 2022. 7. 19. 08:24

  참기 힘든 소음

올해 초, 아이들의 방을 옮겼습니다. 북쪽의 작은 방이 조금 추워서 그 방을 놀이방으로 하기로 하고 남쪽에 있는 방을 아이들 침실로 바꿔주었습니다. 남쪽이기도 하고 보일러 온수도 처음 지나는 방이라 한결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되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이들 방에서 같이 자려고 누웠는데 환풍기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립니다. 방 바로 옆에 있는 욕실 쪽에서 소리가 들려서  환풍기를 켜 두었나 싶어서 가 보았는데 꺼져 있습니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 한참을 헤맨 끝에 찾아냈습니다. 이 소음은 윗 집의 에어컨 실외기 진동 소음이었습니다. 에어컨 실외기가 돌아갈 때와 멈출 때 정확히 소음도 같이 시작되고 끝났습니다. 

이 집에 이사 온 지도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침실로 사용하지 않아서 여태 모르고 살았나 봅니다. 윗집의 발소리나 생활 소음은 사람 사는 소리이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나는 소음은 아니라서 그냥 무시하고 살 수가 있었는데 이 지속되는 진동 소음은 생각보다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잠자다가 진동 소리에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려웠습니다.

이제 원인을 명확히 알았으니 해결을 해야 합니다.

 

 

 

  1차 - 실외기 옮겨보기

우리 아파트의 실외기는 이 위치에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실외기실이 따로 있지 않고 이렇게 남쪽 작은 방 앞에 돌출되어 있는 콘크리트 위에 세워두는 형태인데요. 윗집의 실외기는 우리 집의 천장의 돌출된 부분에 놓이게 됩니다.

나가서 잘 살펴보니 실외기의 추락을 막기 위한 외부 가드에 실외기가 붙어 있습니다.

아하! 저게 가드에 붙어서 진동이 전달이 되는구나!

윗집을 찾아가서 정중하게 실외기의 위치를 조금만 이동해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다행히 바로 옮겨주셨습니다.

 

하지만, 진동의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밤이 되자 여전히 윗집의 에어컨 실외기는 우리 집 천장을 통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2차 - 진동패드를 깔아보기

실외기 소음은 결국 실외기 밑의 바닥을 통해 진동이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윗집에 어르신 두 분이 사시는 것 같은데 무턱대고 에어컨 소음 좀 안 나게 해달라고 요청만 하기보다는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좋은 방향인 것 같아 방진 패드라도 사서 전달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방진고무를 네 개 구매했습니다.

포털에서 검색해서 주문했는데 네 개에 5200원이고 배송비가 3000원 들었습니다. 실외에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꽤 지저분한 상태이고 고무 냄새가 많이 났습니다.

 

 

 

방진고무를 주문할 때 여러 가지 다양한 규격이 있는데 구매한 방진고무는 68mm(외경) X 16mm(내경) X 50mm(높이)의 규격입니다. 

 

이 방진고무를 들고 다시 윗집을 찾았습니다. 인터폰도 초인종도 고장 난 우리 윗집은 문을 쾅쾅 두드려야 했습니다. 안 그래도 윗집에 찾아가는 것이 서로 불편한데 문을 두드려야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어르신께서 불쾌함을 내비치며 나오셨지만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이 고무를 댁의 실외기 밑에 설치해도 되겠냐고 여쭸더니 실외기가 그런 줄 모르셨다고 사과하시며 흔쾌히 설치를 해도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이 고무를 전달해 드리고 설치를 부탁드릴 생각이었는데 밖에서 실외기를 보니 실내에서 설치가 불가능한 구조여서 직접 설치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방진고무를 설치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3m 높이의 윗집 실외기를 살폈습니다. 그런데 실외기를 들어 올리기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에어컨 배관 길이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5cm 높이의 방진고무는 설치하기에 조금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서 반으로 잘랐습니다. 방진고무는 매우 단단해서 조심해서 잘 잘라줘야 했습니다.

 

 

 

방진고무가 8개가 되었네요. 이렇게 된 김에 우리 실외기 밑에도 설치를 해 보면서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가구를 옮길 때 사용하려고 사 둔 미니 지렛대도 챙겼습니다.

 

 

 

1층에서 지렛대로 이리저리 들어가며 방진고무를 밀어 넣어봤습니다. 대각선에 위치한 다리에 두 개를 먼저 넣고 실외기를 기울여가며 나머지 두 개를 밀어 넣으면 쉽게 설치가 끝납니다. 실외기를 만지기 전에 혹시 모르니 에어컨 전원은 뽑고 진행했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 2.7m 사다리를 빌려와서 2층 실외기 앞에 섰습니다. 사다리 높이가 조금 부족했지만 서서 작업하면 딱 맞는 높이였습니다. 꼭대기에 올라서서 작업하는데 땅에서 멀어지니 아무래도 긴장이 됩니다. 

긴장 속에 정신없이 작업을 하다가 마지막 고무를 넣기 전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배관이 연결된 쪽이 무거웠지만 미니 지렛대로 1층에서 연습한 것처럼 순조롭게 고무 설치를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 높은 위치에서 작업을 했는데 사고 없이 잘 설치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방진고무 높이를 반으로 줄인 것도 잘 한 선택이었습니다. 막상 올라가서 지렛대로 들어 올려보는데 5cm까지는 들기 힘들더군요.

 

자, 이제 설치는 잘했는데 방진고무가 제 역할을 해 줄까요?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윗집의 실외기가 돌아가는지 어쩐지 아주아주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소음이 줄었습니다. 이 문제를 윗집과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나 고민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잘 해결되었습니다.

 

실외기의 진동 소음으로 고통받는 중이라면 방진고무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3층 이상의 높이에는 설치하기가 어려우니 에어컨 설치 업체 등을 통해 설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