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 리더를 사볼까?
도서 정가제(일명 책통법)란 것이 시행 되기 직전에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을 싼 가격에 많이 구매해 두었습니다. 집에 있는 태블릿 PC를 활용하기에도 좋았고 책도 저렴해서 신나게 구입을 했었죠. 하지만 한두 권 읽다가 눈도 피곤한 것 같고 태블릿 PC도 가볍지 않고 해서 서서히 거리를 두다가 어느새 잊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리디북스에서 전자잉크 방식의 전용 리더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성능도 꽤 괜찮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전자 잉크를 사용한 화면은 본 적이 없지만 눈이 그렇게 편하고 좋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하나 사서 독서에 좀 빠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이건 핑계고 새로운 기기를 구매하고 싶은 호기심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1차 구매 시도 실패
리디북스에서 판매 전부터 페이퍼라는 이북 리더에 대해 광고도 많이 하고 있고 사전 등록을 하면 1만원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고 하여 사전 구매 예약을 하고 판매 개시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10월 초 판매를 시작하는 날이 되었죠.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 왠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대학교 수강 신청을 하는 기분으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시간이 됐고 1분이 채 지나기 전에 구매 버튼을 클릭했으나 실패하고 더 이상 접속이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 업무도 시작해서 더 시도하기도 어려웠죠. 점심 때 쯤 접속해보니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고 대란이라 불리며 이런저런 문제점이 발생한 상황이었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구매 시도를 했지만 그렇게 구매에 실패했고 적잖은 보상(9만원 상당)을 받게 됐고 구매를 위해 한 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리디북스의 수습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보상 금액에 더 참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뒤인 지난 주에 기기를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 개봉기
한 달을 더 기다려서 구매한 기기는 페이퍼 라이트입니다. 처음부터 만화책은 큰 취미가 없고 책만 보기에는 212ppi의 페이퍼 라이트도 충분하다는 판단에 페이퍼 라이트를 구매할 생각이었습니다. 중간에 결제 대란으로 생각지 못한 보상이 생겨 300ppi의 페이퍼를 사볼까 생각도 했지만 책을 사는데 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5차에 페이퍼 라이트를 주문했고 받았습니다.
제품의 포장 상자입니다. 6인치의 작은 제품이라서 그런지 박스도 아담합니다.
커버를 여니 페이퍼 라이트가 바로 보입니다. 스마트폰의 포장 방식과 비슷하군요.
겉에 부착된 필름을 제거했습니다.
전원 그림과 POWERD OFF라는 글씨는 필름에 써 있는 줄 알았더니 이 상태가 화면이 꺼진 상태라는군요.
전자 잉크를 사용한 화면은 처음 봐서 그런지 신기합니다.
본체 외의 구성품입니다.
데이터 케이블과 보증서, 간단 설명서가 전부네요.
데이터 케이블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공히 사용되는 USB 케이블입니다. 이 기기도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되어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충전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제품을 꺼내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점은 바로 제품의 상태.
1차 구매로 받은 사용자들이 마감에 문제가 많음을 지적했기 때문에 꼼꼼히 살폈습니다.
페이지 넘김 버튼과 그 주변을 꼼꼼히 살펴봤는데 다행히도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고 상,하판이 들뜨거나 분리될 것 같은 모습은 찾지 못했습니다.
기기 상단에는 전원 버튼과 USB단자, micro-SD 메모리 슬롯이 있습니다.
기기의 뒷면입니다. 재질의 고무 느낌의 재질로 손에서 미끄러질 염려는 없어 보입니다만 만지면 자국이 생겨서 깔끔한 외관을 좋아하는 사람은 싫어할 수도 있겠군요.
기기를 켜면 간단하게 사용 안내를 해 줍니다.
전자 잉크를 사용한 화면의 전환이 어떤 지 처음 보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기기가 켜지고 와이파이를 연결하니 시스템 업데이트 안내창이 표시됩니다.
뭔가 개선 작업이 이뤄졌었나 봅니다.
바로 업데이트를 해야겠죠.
가지고 있는 책 중에 한 권을 열어보았습니다.
212ppi로 만화책 보는 것은 포기하라는 말에 그림은 형편 없이 표시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봐줄만 합니다.
다음으로 넘어가니 글자들이 등장했습니다. 처음 전자 잉크 화면을 보면 실망이 클 거라는 말들이 많아서 기대치를 많이 낮춰둔 상태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글자들이 잘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글씨는 보기 불편할 정도로 흐릿한 느낌입니다.
확대해 본 모습입니다. 확실히 작은 글씨와 한자가 흐릿합니다.
선배 사용자들의 추천하는 '바른 나눔 고딕' 폰트를 설치해 보았습니다.
글자 크기를 한 단계 키운 상태긴 하지만 기본 폰트보다는 딱딱한 고딕체가 더 또렷한 느낌입니다.
확대한 모습도 더 깔끔한 것 같죠?
만화책도 한 번 열어 봤습니다.
오? 생각보다 볼만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림도 괜찮은 것 같고...
글자가 많아지니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볼만한 수준이 아닌가 싶었는데...
태블릿 PC에서 같은 만화책을 열어보니 눈이 시원해 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태블릿 PC의 화면을 카메라로 촬영한 것인데 실제로 보면 더욱 선명해 보입니다.
어차피 자주 볼 일은 없지만 만화책과 pdf 파일은 태블릿 PC를 이용해서 보기로 했습니다.
거의 공짜로 기기를 구입하려다 보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케이스도 하나 같이 주문했습니다.
색상은 아내가 골라준 빨강.
따로 구매하면 3만원이지만 기기와 함께 구입해서 2만원이었습니다.
사피아노 무늬가 마음에 듭니다.
안쪽에는 리디북스가 새겨져 있고 기기는 플라스틱의 가이드에 고정할 수 있습니다.
기기를 장착했습니다. 꼭 맞는 맞춤 사이즈라서 힘을 주어 밀어 넣어야 합니다.
케이스에서 분리할 때 상,하판이 분리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절대 분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플립 커버를 닫거나 뒤로 젖히면 자석이 살짝 당겨서 잡아주는 느낌이 듭니다.
커버는 상당히 두꺼워서 깨지기 쉬운 전자 잉크 화면을 잘 보호해 줄 것 같습니다.
케이스는 상당히 튼튼하게 기기를 잘 보호해 줄 것 같지만 그 느낌만큼 무게도 많이 나갑니다.
그리고 플립 커버를 닫아도 기기가 슬립 모드로 자동 전환되지 않으므로 안 볼 때는 전원 버튼을 꼭 눌러줘야 합니다.
약 6일간 사용해보니
기기를 받고 약 6일 정도 사용을 하면서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 마감
- 다행히 받은 제품에는 불량 화소가 하나도 없었고 상,하판 분리 등의 하드웨어적인 결함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프론트 라이트에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밝기를 낮은 수준으로 낮추면 깜빡거림이 간혹 나타나고 어두운 곳에서 보면 밝기가 균일하지 않아 가장 자리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 전자 잉크 화면
- 처음 접한 전자 잉크 화면이지만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화면이 전환 될 때마다 잔상이 남고 스크롤이 다른 모바일 기기처럼 부드럽진 않지만 책을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잔상은 화면 전환 5회마다 리프레시로 사라지는데 크게 거슬리지 않습니다.
책을 보는 데에 특화된 화면이기 때문에 태블릿 PC를 생각하고 구매하면 크게 실망할 수 있습니다. - 눈의 편안함
- 기기를 구매하면서 기대가 가장 컸던 부분입니다. 실제로 받아서 보니 밝은 곳에서 볼 땐 확실히 눈이 편안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밤에 어두운 곳에서 프론트 라이트 밝기를 올리고 보면 눈이 피로해 지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 배터리 및 대기 소모 전력
- 보위에서 사용하는 락칩의 전력 소모가 워낙 커서 배터리 용량을 키웠음에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역시나 그렇습니다. 지난 6일간 하루에 1~2시간 정도 책을 읽고 나머지는 와이파이가 켜진 상태로 대기 모드였는데 대략 30~40%의 배터리가 남았습니다.
두 번의 펌웨어 업데이트로 개선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배터리 용량과 전자 잉크의 낮은 전력 소모, 다른 앱이 없는 전용 기기임을 생각하면 배터리 소모가 확실히 빠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독서 시간이 길다면 2~3일에 한 번 이상 충전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와 더불어 배터리 잔량이 퍼센트로 표시되지 않는 것이 조금 불편합니다. - 열린 서재 미지원
- 페이퍼와 페이퍼 라이트는 리디북스 전용기기로 타사 앱 등을 지원하지 않는 점이 아쉬운 점인데요. 현재로써는 당분간 리디북스를 주로 이용하고 전자 도서관이나 타사 앱은 태블릿 PC를 사용할 생각입니다. 추후에 리디북스에서 열린 서재를 지원하면 좋겠지만 지원하지 않아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루팅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페이지 넘김 버튼
- 이건 정말 좋습니다. 특히 화면에 기름기가 묻는 걸 싫어하거나 확실한 클릭감을 선호한다면 더욱 만족하며 사용할 것 같습니다. - 플립 케이스
- 기기와 함께 구입한 케이스의 외관과 튼튼함은 좋습니다. 하지만 케이스를 씌우면 많이 두꺼워지고 무게도 상당히 많이 나갑니다. 오토 슬립도 지원되지 않는 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가볍게 들고 다니길 원하면 파우치나 다른 케이스를 찾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고 아직 품질에 대한 이슈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가격 대비 꽤 괜찮은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화면 전환이 느리고 전용 기기이기 때문에 딴 짓을 할 수 없어 독서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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