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이야기

첫째의 생애 첫 수술 - 유피 낭종 제거 수술

슈라。 2016. 6. 23. 11:05

  태어났을 때부터 있던 혹


우리 첫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눈썹 옆에 혹이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유피 낭종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사진인데 눈보다 크게 보여 매우 걱정스러웠습니다. 가까운 소아과와 대학 병원을 찾았더니 아기들에게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혹으로 수술로 제거하면 되니 돌 이후에 다시 일정을 잡아 수술 하기를 권했습니다. 그 사이 혹이 더 커지면 위험할 수 있으니 수술을 하는 것이 좋고 그렇지 않다면 돌 이후에 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아주대 병원 1차 방문


시간은 빠르게 흘러 돌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아이도 많이 자랐는데 다행히 머리가 커지는 동안 혹은 커지지 않았는지 이전보다는 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수술 받을 시기가 되어 처음 방문했던 병원이 아닌 가까운 아주대학교 병원을 찾았습니다. 담당 의사는 성형 외과 박명철 교수님을 선택했습니다. 눈썹 옆의 혹을 보자마자 바로 유피 낭종이라고 하시더군요. 이 낭종은 흔히 나타나는 혹이고 부위도 눈썹 옆이 흔하다는 설명과 함께 혹의 모양과 제거 수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설명을 들은 후 수술 예약과 사전 검사 예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수술 전 검사


수술 1~2주 전으로 잡았던 수술 전 검사를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 검사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기 때문에 검사 받는 날과 수술 당일에 아이의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 기간 동안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검사 항목은 혈액 검사, 소변 검사, 엑스레이 촬영 세 항목이었고 심전도 검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소변을 받기 위해 기저귀 안쪽에 소변 패치를 부착하고 채혈을 하러 이동했습니다.


혈액은 총 다섯 통을 뽑았는데 이 과정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차마 못 하겠다는 아이 엄마 대신 아이의 두 다리와 몸통을 움직이지 않게 누르고 간호사 한 분이 채혈 할 팔을 잡고 다른 한 분이 채혈을 했습니다. 세 번째 통까지는 무난하게 채워졌지만 나머지 두 통은 혈액이 잘 나오지 않아 팔을 마사지 하면서 짜내듯 겨우 채웠습니다. 이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울고 있는 아이를 누르고 있자니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채혈을 마치고 엑스레이 촬영을 했습니다. 엑스레이는 흉부 1회, 두부 2회를 촬영 했는데 이 검사는 아이가 협조를 잘 해줘서 생각보다 쉽게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부착했던 소변 패치를 확인 했습니다. 부착한 후 1시간 정도 지나서 확인 했는데 10cc가 채워져 있어서 바로 간호사에게 전달했습니다. 아이의 움직임이 많았는데 다행히 패치가 떨어지지 않고 잘 모아져서 한 번에 끝났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니 거의 두 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습니다.





  수술 전 입원


수술하는 날이 금세 다가와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오후 세시 정도에 입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건강 보험이 적용 된다는 4인실을 배정 받아 짐도 정리하고 환자 복으로 옷도 갈아 입혔습니다. 잠시 후 성형 외과를 찾아 수술 부위 표시 및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수술의 과정과 전신 마취에 대해 설명을 듣고 보호자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오후 8시 쯤에 아이의 손등에 링거 바늘을 꽂았습니다. 바늘을 꽂는 동안 아이가 오열을 했지만 다행히 한 번에 성공 했고 그 이후로는 잘 견뎌 줬습니다.





  수술


떨리는 밤을 보내고 수술 당일이 되었습니다. 수술은 나이가 어린 순으로 하는데 다행히 그 날은 우리 아이가 가장 어려서 먼저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병실에서부터 수술실에 들어갈 때까지 이름과 수술 부위의 확인이 수 차례 이어졌습니다.


수술실까지 아이를 안고 가서 마지막으로 환자의 인적 사항과 수술 부위 등을 확인 받고 마취약 투여 후 축 쳐지는 아이를 내려 놓고 수술실을 나섰습니다. 수술실에서 대기실로 나오는 그 길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지 몰랐습니다.


병실로 돌아와 수술이 잘 되길, 마취에서 잘 깨어나길 바라며 아내와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수술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회복실로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에도 아내 대신 들어가 아이가 마취에서 깨어날 때까지 한 시간 동안 안고 있었습니다. 그 한 시간 동안 내려 놓지도 못하고 안고 있느라 힘들었지만 수술을 잘 받고 마취에서도 잘 깨어나 줘서 고마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수술 부위를 감싸고 나왔습니다. 수술 부위는 사실 작은데 이렇게 드레싱을 해 놓으니 괜히 마음이 더 짠했습니다.


이후에 병실을 찾은 담당 의사 선생님은 안쪽 혹이 생각보다 많이 컸고 수술은 잘 됐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혹보다 안 쪽 혹이 훨씬 커서 혹을 터뜨려서 꺼내야 했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적어보자면 '하여간 무쟈게 컸다'고...





  퇴원


전신 마취하고 해야 하는 수술이지만 이 수술을 하고 바로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다음날 외래 진료를 봐야 해서 그냥 다음 날 아침 진료까지 보고 퇴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통증으로 괴로워 하면 진통제를 준다고 했는데 딱히 통증을 호소하진 않아서 진통제는 주지 않았고 드레싱만 몇 번 다시 해 주었습니다.


입원 3일째 되는 날 아침 회진 시간에 드레싱을 한 번 더 하고 퇴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대학 병원, 특진, 수술, 입원 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많은 비용을 예상했는데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건강 보험의 적용으로 약 10만원 정도만 납부했습니다.





  퇴원 이후


퇴원 후 약 일주일 후에 병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수술 부위의 회복 경과 확인과 떼어낸 혹의 조직 검사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는데요. 수술 부위는 피부 당김 없이 잘 아물었고 조직 검사에서도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었고 추가 검사 비용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과 확인 후 어린이 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받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조직 검사 후 진단서 상의 질병 분류 기호는 D23.9로 결정되었습니다.



수술 후 2개월 정도 지났는데 약 2cm 정도의 수술 자국이 남은 것 말고는 별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이 흉터도 진하진 않아서 눈썹이 자라고 하면 거의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술을 결심하기 전에는 전신 마취를 한다는 것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는데 다행히 잘 회복했고 이제는 딱딱한 혹이 만져지지 않으니 속이 후련합니다.


잘 견뎌준 아이도 고맙고 수술을 잘 해 주신 의료진들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