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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을미년, 정동진에서의 해맞이

슈라。 2015. 1. 2. 11:15

  해맞이 여행


살면서 지금까지 새해가 됐다고 새로 떠오르는 해를 구경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매일 떠오르는 해가 뭐 다를 게 있다고 보러 가나 싶은 그런 마음이었죠. 그런데 지난 달 아내가 해 뜨는 장면을 보고 싶다고 해서 첫 해맞이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정동진으로, 이동은 밤기차를 타고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배가 많이 불러서 걱정스러웠으나 본인이 괜찮다고 합니다. 하지만 겨울이고 바닷가라 많이 추울 테니 귀마개, 핫팩, 발 핫팩, 담요, 목도리, 든든한 옷차림으로 무장을 하고 출발했습니다.

집에서 서울역까지 버스로 1시간 반, 서울역에서 정동진 역까지 6시간. 그렇게 긴 시간을 이동해서 아직 캄캄한 시간인 새벽 5시 무렵에 정동진 역에 도착했습니다. 이날 해 뜨는 시간은 오전 7시 39분으로 아직 2시간 40분이나 남은 이른 시간이었죠. 카페나 음식점에 들어가도 됐겠지만 바다 구경이나 하자며 핫팩을 손에 쥐고 아내와 바닷가를 걸었습니다. 사람들이 날리는 소원이 적힌 홍등도 보고 소박하게 터지는 불꽃도 보면서 걷는데 너무 춥고 시간이 안 갑니다. 한 시간 정도를 겨우 버티다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역 앞의 카페를 찾아 따뜻한 음료를 한 잔씩 마시고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 바닷가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하늘도 점점 밝아왔습니다. 가득 찬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해가 떠오르길 기다렸습니다.




  정동진에서 본 2015년 첫 해


해가 떠오르기 전, 제법 하늘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별이 많이 보여서 맑은 하늘이라 생각했는데 수평선 근처에 구름이 조금 있네요. 아직 시간은 7시 20분. 일출 시간이 되려면 2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일출 시간은 7시 39분이었지만 해가 구름위로 모습을 드러낸 시간은 7시 44분쯤.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수많은 손과 셀카봉 카메라가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당황 속에 촬영한 첫 장면.




안 되겠다 싶어서 까치발로 서서 팔을 올리고 줌을 최대한 당겼더니 그나마 괜찮은 모습이 찍혔네요.

7시 46분


7시 48분


7시 50분



약 5분여만에 해가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니 긴 시간 동안 이동 해고 추운 바닷가에서 떨며 기다렸던 기억들이 금방 잊혀졌습니다.

원래 기도나 뭐 그런 걸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카메라를 내리고 잠시 소원을 빌어봤습니다.
곧 태어날 우리 아기,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 달라고...

새해에도 우리 가족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며 블로그에 방문하신 모든 분들께도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