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 취미

이번엔 동물원 나들이 - 용인 에버랜드

슈라。 2014. 11. 12. 10:00

  깊어가는 가을날의 나들이


더위가 끝나고 '아, 가을이구나.' 했는데 어느덧 겨울이 코앞입니다. 지난 금요일은 절기상 입동이었다고 합니다.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겨울이 오면 아무래도 돌아다니는데 제약이 있다 보니(날씨도 그렇고, 아내의 몸도 그렇고) 어디든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나들이 행선지는 아내가 골랐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 저와는 다르게 놀이기구 타는 것을 하나도 무서워 하지 않는 아내지만 제가 싫어해서 안 간지도 꽤 된 것 같습니다. 임신한 몸으로 가서 뭐할라고 거길 가냐고 물었더니 놀이기구는 못 타더라도 가서 동물들도 보고 데이트라도 하고 오자고 하더군요. 그러자고 했습니다. 마침 11월 11일, 무슨 데이라고 기념으로 1+1 이벤트를 해서 46,000원으로 둘이 갈 수 있더군요. 금요일 밤에 급히 표를 예매하고 토요일 아침에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늦잠으로 토요일 계획은 무산... 일요일에 가게 됐습니다. 다행히 날씨는 일요일이 훨씬 좋았습니다.




  에버랜드 나들이


에버랜드는 생각보다 가까웠습니다. 예전에 여자 친구(지금의 아내)와 버스를 타고 돌고돌아 2시간 가까이 걸려서 갔던 기억 때문인지 멀다고 느껴졌었는데 집에서 출발하니 고작 30분밖에 걸리지 않더군요. 역시 차가 좋긴 좋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변 산을 둘러 보니 아주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입니다. 셔틀을 타고 정문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렙니다. 초등학교 시절 자연농원일 때부터 10번도 넘게 온 것 같은데 올 때마다 그 설레는 맘은 늘 비슷합니다. 휴일이라 사람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역시 에버랜드는 북적거리는 맛이 있어야죠.

정문을 통과해 우리는 바로 동물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는 리프트를 타지 않고(사실은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서) 걸어서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도중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와~ 색색으로 물든 단풍이 아주 화려합니다.
에버랜드에 와서 고개를 들어 놀이 기구가 아닌 하늘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길가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낙엽도 가을이 깊어감을 알려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내리막길을 내려와 사라피 월드가 보였습니다. 애초에 사파리나 보고 가자고 왔지만 그래도 놀이공원에 왔는데 아무 것도 타지 않고 가긴 아쉬워서 제일 먼저 임산부에게 무리가 없는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이용했습니다. 

아마존 익스프레스 이용을 기다리는 중간에 바라 본 하늘 모습이 제법 숲 속 느낌이 납니다.


진행 요원이 '젖는 놀이기구'를 수없이 외쳤는데 역시나 둘 다 젖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육식 동물들이 있는 사파리 월드를 구경하고 초식 동물들이 있는 로스트 밸리까지 둘러보고 시설 이용은 마무리 했습니다. 놀이공원 하면 역시 기다림이죠. 기다리면서 보낸 시간이 무려 2시간이었습니다.

꽃이나 보고 크게 한 바퀴 걷고 나갈 생각으로 매직 가든에 가봤는데 아쉽게도 공사중이라서 볼 게 없었습니다. 할로윈 축제가 끝나고 크리스마스 축제를 준비하는 모양이더군요. 그럼 관람차나 한 바퀴 타고 갈까 했는데 역시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아 아쉽지만 집으로 정문을 나왔습니다. 4시간 이상 걷고 서있고 하느라 아내한테는 꽤나 무리가 됐을테니 사실 더 있는 것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에버랜드에서 만난 동물들


에버랜드에서 만난 동물들입니다.

사파리 월드의 늠름한 숫사자. 이름을 알려줬는데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사진 찍은 직후 옆에 있는 암사자를 건드렸다가 혼쭐나는 모습만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곰을 잘 보겠다고 기사님 바로 뒤에 앉았더니 백호 사진은 한 장도 찍지 못했습니다.
남들이 오른편에 있는 백호를 구경하는 동안 찍은 건빵...




그 건빵을 먹기 위해 곰은 박수를 치고




우~ 입술도 내밀어 보고




썩소도 지어봅니다. 예전엔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좀 안쓰럽네요.




이번에는 로스트 밸리의 동물들.
유럽의 무슨 산양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수륙양용 자동차를 타고 물길을 가면서 바라본 기린과 당나귀들.
앞의 어린이 말대로 저 기린은 어떻게 우리나라로 들여왔을까요...




로스트 밸리의 메인 이벤트. 기린이 차 안으로 들어와서 채소를 먹습니다.
무서울 법도 한데 기린이 혀로 핥아도 아이들이 침착하게 잘 있더군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양인지 염소인지...




무서운 초식동물 코뿔소



그 외에 길 옆이나 로스트 밸리의 대기줄에서 만난 귀여운 동물들









  에버랜드 이용 정보


너무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 요금이 꽤 오른 느낌입니다. 3만원대 요금을 낼 때 갔던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네요.
이용권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추억의 BIG3, BIG5는 없어진 모양입니다. 자유 이용권이란 용어도 보이지 않네요.

이용 요금은 이용권, 입장권, 연간 회원 등으로 구분되어 책정되는데 이용권의 요금은 아래와 같습니다.

자유 이용권에 해당되는 이용권의 요금은 46,000원. 많이 비싸졌습니다. 방문 전 할인 관련 정보는 꼭 챙겨 가는 게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이용객이 입장권 보다는 이용권을 구매하기 때문인지 시설 이용 시에 이용권 제시를 요구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학창 시절 소풍으로 와서 Big5 이용권을 들고 하나라도 더 타려고 여기 저기 뛰어다녔는데 이제는 자유 이용권이 손에 쥐여져 있어도 놀이 기구에는 눈길이 가지 않습니다. 놀이 기구만 보고 달리느라 보지 못했던 주변의 산과 하늘 그리고 작은 새장이나 우리 안의 동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너무 많이 와서 그런 것일까요, 시간이 많아서 일까요. 이제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롤러 코스터를 타면서 지르는 소리보다 부모님 손 붙잡고 온 아이들에 더 집중이 됩니다. 이제 당분간은 또 놀이공원에 올 여유는 없겠죠. 나중에 배 속의 아기가 태어나서 걸어 다니게 되면 그 때나 다시 오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