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의 재발견
저는 콩국수를 매우 좋아합니다. 특히 엄마(서른이 넘은 아들이지만 어머니보다는 엄마라는 호칭을 좋아하십니다.)가 만들어 주신 콩국수를 매우 좋아합니다. 고향집에 내려가는 날이면 아들이 좋아하는 콩 물을 미리 만들어 콩국수를 내 주시고 올라오는 길에 PET 병에 콩 물을 꼭 챙겨 주십니다. 사실 이 콩국수라는 것이 먹기는 참 좋지만 만들기엔 조금 번거롭습니다. 콩을 몇 시간 불리고 삶고 갈아서 걸러 줘야 콩국수용 콩 물이 됩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은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TV를 보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나의 작은 바보상자'라는 TV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데 거기 출연하시는 백선생님께서 두부를 이용해서 콩국수를 만드는 것을 보게 된 것이죠. 사실 두부라는 것도 순서와 마무리가 조금 다를 뿐이지 콩국수의 콩 물과는 만드는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려서 콩으로 두부를 만드는 것을 봤으면서도 이걸 여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백선생님께서 선보이신 콩국수도 맛있어 보였지만 두부라는 힌트를 이용하면 엄마가 해주신 콩국수를 흉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두부로 만들어 본 엄마표 콩국수
엄마가 만들어 주시는 콩국수는 사실 그리 화려한 맛은 아닙니다. 콩 물을 만들 때 마늘을 몇 쪽 넣고 갈아서 비릿할 수 있는 콩의 냄새를 잡아주고 소금으로 간을 하고 깨소금과 채 썬 오이, 볶은 애호박을 고명으로 얹어 주는 소박한 음식입니다.
이 두부를 이용해서 엄마표 콩국수를 흉내 내 보기로 합니다.
먼저 마트에서 사 온 두부를 준비 합니다.
포장을 벗기고 채워져 있던 물을 버리고 흐르는 물에 두부를 잘 헹궜습니다.
준비한 두부를 반으로 잘라서 믹서에 넣었습니다.
칼을 사용해도 되겠지만 어차피 부서질 두부, 그냥 손으로 가볍게 두 도막을 냈습니다.
두부가 담겨 있던 용기에 물을 채워 한 번만 넣어줬습니다.
엄마표 콩국수에는 마늘이 두어 쪽이 들어갑니다.
빻아서 얼려 두었던 마늘 한 덩이를 떼어 넣었습니다.
뚜껑을 덮고 믹서를 이용해 갈아 줍니다.
얼어 있던 마늘이 갈릴 때를 제외하면 부드러운 두부가 거친 소리 없이 금세 콩 물로 변신합니다.
나름의 1인분으로 생각하는 500원 크기만큼 잡아 삶은 소면을 그릇에 담아줬습니다.
일반 국 그릇 두 개보다도 큰 면기인데 사진으로 보니 일반 국그릇처럼 작게 보이네요.
콩 물을 부었습니다. 그럴 듯 한가요?
여기에 깨소금과 채 썬 오이를 살짝 얹어봅니다. 오... 정말 그럴 듯 합니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휘휘 저어 맛을 봅니다.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모양 뿐만 아니라 맛도 엄마가 해 주신 콩국수 맛과 비슷했습니다. 콩 물을 만드는 과정이 번거로워 직접 할 생각을 못 했었는데 이런 방법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조금 아쉬우면서도 기쁩니다.
하지만 두부와 콩 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비슷하다고 해도 두부에는 응고제 역할을 하는 식품 첨가물과 식품 보존료 등이 들어가겠죠? 가끔 간편하게 해 먹기엔 정말 좋겠지만 직접 콩을 갈아 만들어 주시는 엄마표 콩국수만큼 건강식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지 모르겠습니다.
두부 덕분에 콩국수를 준비한 시간도 짧았지만 콩국수가 그릇에서 사라지는 시간은 더욱 짧았습니다. 깔끔한 뒷맛을 책임지는 마늘 향은 역시 엄마표 콩국수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정신 없이 한 그릇을 해 치우고 났는데 새삼스레 엄마가 보고 싶어집니다. 주말에는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 다녀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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