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약해진 수압
얼마 전 감압 밸브라는 배관 부품을 교체한 적이 있는데 그 때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욕실의 세면대에 있는 수도 꼭지 수압이 약해진 느낌입니다. 수압이 많이 약해지진 않았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생활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더 약해진 수압은 이제 꽤 불편을 줄 정도가 됐습니다. 수압이 왜이리 약해졌나 궁금해서 세면대 아래쪽에 있는 밸브(관붙이 앵글 밸브라고 하나 봅니다)를 확인해 봤는데 이미 최대한 열어 둔 상태입니다.
혹시나 싶어서 관붙이 앵글 밸브를 돌려서 잠갔다 풀어보았는데 이상하게 수도의 수압은 더 약해졌습니다.
약해진 수압으로 물은 최대로 틀어도 이 정도로 졸졸졸 흐르게 돼 버렸습니다.
이대로는 정말 못 쓰겠다 싶어서 배관 설비 업체에 문의를 해 보려다가 주말임을 인지하고 집에 있는 몽키 스패너를 들고 무작정 덤벼 보기로 했습니다.
수압 감소 원인을 찾아보자.
몽키 스패너를 들고 건드려 보기로 한 것은 바로 관붙이 앵글 밸브. 이 밸브를 조작하면서 수압이 더 감소했기 때문에 유력한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수도 계량기 쪽의 밸브를 잠가서 전체 수도가 나오지 않게 하고 분리를 시도했습니다. 몽키 스패너로 조심조심 돌려서 분해했더니 밸브 안 쪽이 부식이 된 것인지 때가 낀 건지 많이 지저분했습니다. 밸브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고 다시 조립하고 다시 물이 흐르게 해 봤습니다. 하지만 수압은 그대로. 이 밸브는 원인이 아니었습니다.
원인이 무엇일까 수도꼭지 주변을 찾아보다가 스패너로 풀어 볼 만한 것을 하나 찾았습니다.
바로 이 부분인데요. 수돗물이 나오는 부분을 보니 스패너 같은 공구로 풀 수 있을 것처럼 홈이 파져 있습니다.
스패너를 조절해서 맞춰 대고 살살 풀어 봤습니다.
그리고 수도 꼭지를 열어 봤더니 물이 이렇게 시원하게 콸콸 쏟아집니다.
이 부분이 원인이었군요.
수도 꼭지에서 분리해 낸 부품들의 모습입니다.
거름망과 거름망을 고정하는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거름망의 모습입니다. 수도관을 타고 오는 이물질을 걸러 주는 부품일 텐데요. 이 녀석을 제거하니 공기가 섞여 반듯하게 나오던 물줄기가 불규칙하게 흘러나온 걸 보면 물이 튀지 않게 반듯한 물줄기가 되도록 공기도 섞어주는 역할도 하나 봅니다.
사진을 보면 두 개의 검은 점이 있는데 이게 배관을 타고 온 이물질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사진은 이물질을 거의 다 털어낸 사진인데요. 갓 분리해 냈을 때는 거름망의 구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물질이 새카맣게 뒤덮고 있었습니다. 수압을 약하게 만든 원인을 찾았다는 생각에 신나게 털어버렸던 거죠.
남은 이물질을 마저 털어내고 세제를 이용해서 닦아 주고 깨끗이 헹궜습니다.
거름망을 다시 조립하고 물을 틀었더니 예전처럼 시원하게 곧은 물줄기가 나옵니다.
부모님 집에서 나와 산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이렇게 수도 꼭지가 말썽을 피워서 분해 해 본 건 처음입니다. 수도 꼭지에 거름망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이 거름망 부분에는 이물질 뿐만 아니라 세균이 증식할 수도 있어서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 줘야 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거름망을 뒤덮었던 이물질을 보면서 수돗물은 믿을 수 있지만 수도관은 믿으면 안 된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다음 주말에는 주방과 욕실의 다른 수도 꼭지들도 점검을 해 봐야겠습니다.
수도 꼭지의 수압이 약해졌거나 한 번도 수도 꼭지를 분해 해 보지 않았다면 날을 잡아서 한 번 점검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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