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TIMEX Perpetual Calendar 설정하는 방법

슈라。 2016. 1. 27. 09:51

  9년 전에 산 손목 시계 - TIMEX T2K621


서랍에서 예전에 차고 다니던 시계를 꺼냈습니다. 스마트함을 자랑하는 스마트 워치가 유행인 시대지만 바늘이 움직이는 시계의 그 느낌이 그리워 다시 찾았습니다. 구매한 지 벌써 9년이나 된 시계지만 오래 차고 다니지 않아 여전히 깔끔한 모습이었습니다. 시계 약이 다 되어 고요하게 멈춰 있는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해 주고 싶어졌습니다.





  시계 전지 교체


지난 금요일. 사당 근처에서 모임이 있어서 시계를 가지고 갔습니다. 혹시 근처에 금은방이 있으면 밥이나 줄 생각이었죠. 사당역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출구 근처에 금은방이 하나 있습니다. 이 시계 전지를 교체할 수 있냐고 여쭤 보니 인상 좋은 아저씨는 물론이라며 시계 뒷판을 여셨습니다. 절대 만지지 말라고 당부하시고는 새 전지를 찾아 오셨습니다.


그리고 반전. 전지를 교체하시더니 조립 방법을 까먹으셨답니다...이런 당황스러움이란... 10분간 요리조리 만져보시더니 시계는 가니까 대충 뒷판을 닫고 가져가라 하십니다. 좀 싸게 해준다며 말씀하신 가격은 5천원. 더 기다려봐야 진전을 없을 것 같아 그렇게 하자고 하고 받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시계가 가는 것을 보다가 떠올랐습니다.

처음 전지가 다 됐을 때 교체하고 이렇게 날짜가 화살표에서 어긋났었다는 것이 말이죠.

이 퍼페츄얼 캘린더라는 게 년,월,일이 다 설정 되어 있어서 달이 바뀌면 알아서 1일로 넘어가고 윤년도 기억하고 있는 똑똑한 녀석이지만 전지를 교체하면 다시 설정해 줘야 하는데 그 방법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태로 잠시 차다가 서랍에 넣어뒀었던 기억이 전지를 교체하고서야 떠올랐습니다. 아아... 괜한 짓을 했구나.





  Perpetual Calendar를 설정해 보자.


기왕 이렇게 된 거 망가지더라도 직접 퍼페츄얼 캘린더를 세팅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인터넷에서 설정하는 설명서가 있는지부터 찾아봤습니다. 한참을 찾다가 영문으로 된 매뉴얼을 하나 받았고 그대로 따라 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용두(crown)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용두는 그림처럼 2단계로 뽑을 수 있습니다. Middle은 초기 설정에 사용되고 Out은 시간을 설정하는 일반적인 경우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제 설명서를 따라 설정을 해 보겠습니다.


1) 먼저 시간과 요일을 맞추고(용두를 Out으로 뽑아서 돌림) 시계 뒷판을 열어 둡니다. 전용 공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드라이버로 이용하다 상처만 내고 조각칼로 열기에 성공했습니다.


2) 시계 뒷판을 열고 [RESET] 스위치를 찾아 누릅니다.(여기부터 본격적인 설정 시작)

T2K621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에 Reset 스위치가 있습니다.




3) 용두를 Middle로 살짝 뽑아 날짜가 화살표 중앙에 오도록 돌려 줍니다. 이 글의 첫 사진처럼 어긋난 숫자를 제 위치로 옮겨주는 작업입니다. 중앙에 왔다고 생각되면 용두를 밀어 넣어 줍니다.


4) 용두를 다시 Middle로 살짝 당겨 뽑은 뒤 10초 정도 기다립니다. 날짜 판이 살짝 움직이면 용두를 돌려 날짜를 1에 맞추고 용두를 밀어 넣습니다. 날짜 판이 앞뒤로 움직여 일(日) 설정 모드임을 알려줍니다.


5) 용두를 Middle로 살짝 당긴 뒤 현재 날짜가 올 때까지 용두를 돌립니다. 현재 날짜가 되었다면 용두를 밀어 넣습니다. 날짜 설정이 끝났습니다. 날짜 판은 자동으로 돌아서 '2'를 가리키게 됩니다. 이제 월(月) 설정 모드입니다.


6) 용두를 Middle로 당긴 뒤 돌려서 현재 월이 올 때까지 돌려줍니다. 현재 월이 되었다면 용두를 밀어 넣습니다. 월 설정이 끝났고 날짜 판은 다시 돌아서 '3'을 가리킵니다. 이제 년(年) 설정 모드입니다.


7) 용두를 Middle로 당긴 뒤 현재 년의 끝 두 자리 숫자가 올 때까지 돌려줍니다. 현재 년이 되었다면 용두를 밀어 넣습니다.
   (날짜 판이 31까지만 있어서 2032년 이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 퍼페츄얼 캘린더의 설정이 끝났습니다. 방법을 몰라서 못 했던 것이지 어렵지는 않네요. 이 방법은 TIMEX의 일부 시계에만 적용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설정을 마치고 난 후의 모습입니다.
어긋났던 날짜가 제 위치에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후련합니다.





  뜻 밖의 난관 - 뒷판 닫기


퍼페츄얼 캘린더 설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신이 나서 뒷판을 닫으려는데 이게 참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손 힘으로는 어림도 없고 플라이어와 같은 공구를 써도 여간해선 들어가질 않습니다. 뒷판에 흠집만 잔뜩 만들어 버렸군요.


뒷판을 눌러주는 프레스만 있었어도 간단하게 해결 될 일인데 20분을 낑낑대다 겨우 닫을 수 있었습니다. 해결한 방법은 바로 발. 시계를 뒤집어 뒷판을 올려 놓고 발로 밟고 서서 겨우 맞춰 넣을 수 있었습니다. 매우 위험한 방법이지만 '망가지면 말지 뭐.'라는 생각으로 밟아 댔더니 '딱' 소리를 내며 들어갔습니다. 놀랍게도 앞 유리에는 흠집하나 없더군요.


무식하게 덤벼들어서 시계를 망가뜨릴 뻔 했지만 운 좋게도 시계를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뒷판에 흠집이 좀 생기긴 했지만 손목에 차기에는 문제 없으니 서랍 속에서 자는 것보단 낫겠죠. 내 시계의 퍼페츄얼 캘린더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이번 경험의 소득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시계용 공구 없이 집에서 전지를 교체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시계 전지는 시계방에서 교체해는 게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