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드디어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 탈모.

슈라。 2020. 12. 3. 22:59

  나는 아닐 줄 알았다.

몇 년 전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서른을 갓 넘겼던 그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용실을 찾을 때마다 앞머리, 정확히는 양쪽 관자놀이 위쪽을 가리키며 머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탈모가 없으신데 무슨 소리?' 하며 무시해 왔습니다. 친가와 외가에 삼촌 두 분이 조금 벗겨지시긴 했지만 나머지 삼촌들은 모두 숱이 많으셨기에 탈모는 절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어느 날 머리를 올려서 이마를 봤는데 유난히도 머리가 휑한 느낌이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요즘 앞머리가 바람만 불면 갈라져서 회복을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앞머리가 많이 빠져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미용실에서 해 준 말이 탈모 클리닉 상품을 팔기 위한 수작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피부과를 한 번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탈모 전문 피부과를 찾아 진단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근접 카메라로 두피 상태도 살펴보고 의사와 상담도 해 본 결과 탈모가 분명히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10년 가까이 진행되었을 거라고... 복용하는 약물 치료와 바르는 약물 치료, 그리고 피부과에서 진행하는 특별한 치료를 권했습니다. 복용하는 약은 피나스테리드를 처방해 줬습니다.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아보다트도 효과가 좋다고는 하지만 안정성이 아직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고 처음 치료를 하니까 피나스테리드를 권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제시한 치료비는 생각보다 많이 비쌌습니다. 먹는 약 1개월치 4만원, 바르는 약 한 병에 8만 8천 원, 원장님이 개발한 특별한 클리닉이 88만 원(헉!). 

비용이 너무 엄청나서 일단은 먹는 약만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진단비 2만원, 처방비 1만 원, 약 값 4만 4천 원을 내고 그렇게 탈모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피나스테리드 복용 시작

병원 진료를 받은 후에 폭풍 검색을 해 보니 피나스테리드가 주성분인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이 탈모 치료의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합니다.

 

약국에서 받은 약은 프로페시아는 아니었습니다.

피나스테리드가 주성분인 피나스칸

약국에서 받은 약은 피나스칸이라고 하는 복제약이었습니다. 프로페시아와 성분이 동일한 제네릭 제품이죠. 성분이 동일하니 효과는 같을 것이고 가격이 약간 저렴하다고 하는데 제네릭도 생각보다 많이 비쌌습니다.

 

약을 복용하기 전에 머리의 상태를 사진으로 남겨봤습니다.

약을 복용하기 전 이마

이마의 라인이 예전보다 많이 올라갔고 특히 양쪽 가장자리 쪽이 깊이 올라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앞머리가 많이 가늘어졌고 그나마도 빠졌는지 빈 공간이 많이 보여 휑한 느낌입니다.

 

 

 

  복용 방법

초반 한 열흘 정도는 한 알(1mg)씩 복용을 하다가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봤습니다. 피나스테리드는 1mg보다 많이 복용해도 1mg 보다 효과가 크지 않지만 절반(0.5mg)을 복용해도 효과가 크게 떨어지진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1/5(0.2mg)을 복용해도 1mg에 부족하지 않은 효과를 보인다는 내용에 약을 쪼개서 복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1/5로 자르는 것은 쉽지도 않고 해서 절반씩만 잘라서 복용하기로 하고 11일 차부터는 정확히 절반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반으로 잘라서 복용했습니다. 일종의 실험을 해 보기로 한 거죠. 절반으로도 과연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경과1 - 2~3개월 후

복용 1개월 후에는 별다른 느낌은 없었지만 2개월이 지난 후부터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정확히는 머리를 한 달마다 주기적으로 봐주는 미용사가 느끼더군요. 앞에 잔머리가 많이 생겼다. 윗머리도 힘이 많이 생겼다. 앞머리를 가려주기 위해 항상 신경 써서 자르고 말려줬었는데 조금 수월해졌다는 내용이었죠.

 

피나스테리드의 약효는 2~3개월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1년 6개월 정도 복용하면 최대치가 된다고 해서 더 기대를 하게 되더군요.

 

 

 

  경과2 - 7개월 후

피나스테리드는 발모제가 아닙니다. 유전적이 이유로 새로 자란 머리가 매우 짧은 시작에 자꾸 빠지게 되는데 이걸 방지해 주는 약입니다. 따라서 이미 죽어버린 모낭에서 새로운 머리카락이 자라게 하지는 못합니다.

7개월 정도 되니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피나스테리드 복용 7개월 후 모습

7개월 정도 복용한 후 앞머리의 상태입니다. 초반에 생겨났던 잔머리들이 어느 정도 굵어져서 빈 공간이 적어 보이게 되었지만 일정 수준이 된 이후에는 정체 상태입니다.

회사에 있는 근접 카메라를 이용해서 두피를 살펴보니 병원에서 보았던 것보다 확실히 머리카락이 늘어났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공에 하나씩만 있던 머리카락들이 두 개나 세 개씩 난 곳도 보이고 확실히 개선이 된 모습입니다.

 

 

 

  부작용

약을 복용하기 전에 가장 걱정되는 점은 역시 돈과 부작용이죠. 돈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부작용이 없기만을 바랐는데요. 다행히도 약을 복용하면서 걱정했던 부작용은 하나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성욕 감퇴나 여유증, 브레인 포그 등 피나스테리드 복용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현상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피나스테리드의 부작용은 심리적인 영향도 크다고 하는데 약 복용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점도 있고 약을 절반으로 쪼개 먹었기 때문에 부작용도 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평생 함께할 친구

약이라고는 종합 비타민도 챙겨 먹지 않고 있는데 매일 챙겨야 하는 약이 하나 생겨 버렸습니다.

피나스테리드는 1개월 정도 복용을 중단하면 약효가 아예 사라져서 갑자기 많은 수의 모발 탈락을 겪을 수 있다고 합니다. 탈모 치료기를 보다 보면 몇 년 잘 복용하다가 1개월 중단하고 후회하고 다시 복용했다는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약의 복용이 너무 늦지 않았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복용을 할 생각입니다. 비용이 꽤 나가지만 잠시 동안 겪었던 대머리의 공포를 생각하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