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이야기

임신 38주, 더 내려간 혈소판 수치 그리고 ...

슈라。 2015. 2. 18. 10:48

  더 내려간 혈소판 수치 때문에 일찍 방문한 병원


지난 주말, 병원에서 안내 전화를 받았습니다. 37주차에 받았던 혈액 검사에서 혈소판 수치가 이전 검사 때(약 8만)보다 조금 더 내려가서 약 6만7천 정도의 수치가 나와서 다시 검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원래 방문 예정은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화요일이었지만 하루 앞당겨서 월요일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38주 3일이었던 지난 월요일,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와 내진, 혈액 검사를 받았습니다.

먼저 초음파 검사의 결과를 보면

  • 머리 지름(BPD) : 9.40cm(+0.07cm), 38주 2일
  • 북부 둘레 길이(AC) : 33.28cm(+0.4cm), 37주 1일
  • 허벅지 길이(FL) : 7.22cm(-0.14cm), 37주 3일
  • 몸무게(EFW) : 3.220Kg(+0.009Kg), 37주 6일

지난 37주 때 검사보다 크게 성장하진 않은 모습입니다. 보통 막달에 많이 자란다고 하는데 우리 아기는 이전에 많이 자라서 그런지 막달에는 크게 자라지 않는 모습입니다. 각 부위 별 측정 결과도 예상 주수가 많이 앞당겨 졌습니다. 너무 크지 않을까 걱정해서 식이 조절을 늘 강조했던 담당 의사도 잘 하고 있다고 말 해 줬다고 하네요.

그리고...

혈액 검사를 했고 38주를 넘어선 만큼 평소 3일 뒤에 받아 보던 결과를 한 시간 뒤에 받아 보았습니다. 결과를 보니 혈소판 수치는 지난 주 검사 때 보다도 조금 더 내려가 5.7만으로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이 날 아침에 이슬이 비치기 시작했고 내진으로 확인하니 자궁 문도 2cm 정도 열려서 어느 정도 출산의 시기가 가까이 왔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문제는 이 혈소판 수치가 낮아서 분만 시 지혈이 되지 않는 등의 이상이 생길 수 있어서 담당의사는 혈소판 수혈 후 유도 분만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낮아진 혈소판 수치는 혈소판 수혈을 통해 일시적으로 올려줄 수가 있는데 지속 기간이 보통 하루에서 이틀 정도로 짧아서 분만 하기 전에 수혈 받는 것이 좋고 지속 기간 안에 출산을 하기 위해 유도 분만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척추 쪽을 통해 맞는 무통 주사도 위험성 때문에 맞기 힘들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진통이 와서 자연스럽게 출산을 하는 게 좋겠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죠. 이 날 저녁 6시에 입원을 하기로 하고 아내는 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입원 준비


집으로 돌아 온 아내는 입원 준비에 분주해졌습니다. 지난 주말에 병원에 가져 갈 짐과 산후 조리 때 가져 갈 짐을 미리 싸 둔 것이 그 중 다행이었습니다. 우선 아내는 남은 음식물들을 정리하고 집안을 청소했습니다. 빨래도 정리를 하고 퇴직금과 관련된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은행도 찾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출산을 앞당기기 위해 2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다녀 왔다고 하는군요. 대단합니다.
분주한 오후를 보낸 아내는 필요한 짐들과 남편이 사용할 짐까지 꼼꼼히 챙겨서 차에 싣고 직접 운전을 하고 병원에 와서 씩씩하게 스스로 입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태동 검사 후 혈소판 수혈 시작


모든 상황을 회사에서 문자로 연락 받았던 저는 화요일 휴가를 신청하고 퇴근하자 마자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다니는 병원이 회사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아 걸어서 금방 올 수 있었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아내는 태동 검사를 막 받았고 혈소판 수혈을 시작했더군요. 혈소판 수치를 10만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15팩을 수혈 받기로 했고 7팩을 먼저 수혈 받고 나머지 8팩은 분만 전에 수혈 받기로 했다고 합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15팩으로 넉넉하게 처방을 했고 건강 보험 적용은 일부만 되기 때문에 비용이 상당히 발생한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일단 산모와 아기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용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7팩의 혈소판을 수혈 받은 뒤에 입원 병동으로 이동했습니다. 태동 검사를 할 때 진통이 감지되었다고 하는데요. 만약에 밤 사이에 진통이 진행 돼서 분만을 하게 되면 가장 좋고, 아침까지 진통이 진행이 되지 않으면 유도 분만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잠들기 전까지 많이 움직이면 진통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저녁 9시 -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진통


7시에 저녁을 간단히 먹고 난 뒤 아내는 병원 복도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자연적으로 진통이 시작되게 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이 마음을 알아 주기라도 하듯 9시부터 규칙적으로 진통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0분 정도 간격으로 나타나던 진통이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간격이 짧아지면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아직 고통이 심하진 않은 것 같았습니다. 밤 10시가 되도록 아내는 걷기를 멈추지 않았고 10시가 되어서야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병실에 와서도 아내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습니다. 누워 있지 않고 서서 계속 진통 오는 시간을 체크했습니다.




  12시를 넘기면서 주기가 짧아진 진통


그렇게 12시를 넘기니 진통의 주기는 5분 정도로 짧아졌고 고통도 점점 심해졌습니다. 한 번 진통이 오면 지속되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는지 아내의 표정을 보니 점점 힘들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진통이 진행이 되고 있는 상황에 저는 잠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지만 어느새 잠이 들었고 잠시 후 아내의 고통스러워 하는 소리에 깼습니다. 시간을 보니 벌써 1시 30분. 분만실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말 해주니 원하면 검사를 받으러 내려오랍니다. 왠지 이젠 거의 임박했다는 느낌이 들어 아내와 분만실로 향했습니다.

태동 검사를 먼저 하려고 했으나 아내의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더니 바로 가족 분만실로 이동을 했고 제가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상태를 살펴줬습니다. 잠시 후 자궁문이 5~6cm 열렸다며 바빠졌습니다. 남은 혈소판 8팩의 수혈이 시작 됐고 아내에겐 본격적인 고통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1시간 20분의 힘주기 그리고 드디어!


간호사가 알려주는 대로 아내는 죽을 힘을 다해 힘주기를 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겠지만 아내는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힘주기를 하는 중간중간 당직의사와 간호사가 상태 확인을 해 주었지만 계속 아내와 둘이서 힘주기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둘이 있는데 아기가 나오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당직의사와 간호사들이 왔고 본격적인 분만 준비가 시작됐고 보호자는 밖에서 대기하라고 합니다. 안에서는 가끔씩 아내가 힘들어 하는 소리와 의료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게 정말 길게 느껴졌던 20분이 흐르고 드디어 보호자도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들어가 보니 아기는 이미 밖에 나왔고 몸에 묻은 양수 등을 닦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아기는 씩씩하게 온 힘을 다해 울음으로 출생을 알리고 있었고 아내는 밝은 얼굴로 웃고 있었습니다. 혈소판 감소로 주의해야 환자여서 그런지 의료진은 서둘렀습니다. 급히 탯줄을 자르고 지혈과 후속 치료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는 탯줄을 자르고 사진도 찍고 아기도 안아보면서 아기와의 감동의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다행히 분만 과정에서 과다 출혈이나 다른 문제가 될만한 이상은 없었고 아기와 산모 모두 건강했습니다. 이후 후속 치료 경과도 좋았고 지혈도 잘 됐습니다.

분만 후 4시간 뒤에 신생아실로 이동한 아기를 처음 볼 수 있었습니다.


갓 태어났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꿈벅꿈벅 눈을 떠 두리번 거리던 아기는 이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조그마한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예정일보다 10일 일찍 태어난 우리 아기. 공식 출생 시간은 2015년 2월 17일 새벽 2시 52분. 몸무게는 3.32Kg으로 초음파 검사에서 추정한 예상 몸무게와 거의 비슷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잘 태어나 준 아기와 무통 주사도 못 맞아서 무서웠을 텐데 씩씩하게 잘 낳아준 아내 모두에게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