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이야기

출산과 육아의 시작 그리고 황달

슈라。 2015. 2. 26. 10:00

  출산 후 3일간의 입원 생활


한밤중이었던 새벽 2시 50분경 무사히 자연 분만을 하고 병실로 올라 온 우리 부부는 아기의 첫 면회를 하기까지 4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 사이 첫 미역국이 나왔고 아내의 회복을 위한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비교적 길지 않았던 산통 시간(1시간 20분) 덕분인지 아내는 걱정했던 것 보다는 좋아 보였지만 아직 걷기조차 힘든 상태. 혈소판 수치가 낮아 혈소판 수혈까지 받았지만 다행히 출혈은 많지 않았고 처치한 부위의 지혈도 잘 되었습니다.

4시간이 지나고 첫 면회 시간. 아쉽지만 아직 걷기 힘든 아내는 병실에 누워 있고 아기의 말끔해진 모습은 혼자 보고 와야 했습니다. 아쉬운 대로 사진으로 아기의 모습을 보면 엷게 미소를 짓는 아내. 잠시 뒤 아침 식사 시간이 되어 아침을 먹은 아내는 아주 천천히 걸을 수 있게 되어 첫 모유 수유를 하러 신생아실로 향했습니다. 3시간 간격으로 신생아실에서 분유를 수유하는데 그보다 1시간 이른 시간에 가서 모유를 수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젖이 돌지 않아 빨아도 나오는 게 없겠지만 나중을 위해 아내는 힘든 몸을 이끌고 젖을 물리러 갔습니다. 출산 12시간이 지난 오후 3시경, 첫 좌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네 시쯤 담당 의사가 처치 부위를 봐 주었고 그 이후로는 식사와 수유의 반복이었습니다.


둘째 날, 모유 수유 전문가가 병원 내에 있다는 안내에 마사지도 신청을 했습니다. 가슴의 상태에 대한 설명도 듣고 출산 후 찾아오는 젖몸살을 대비할 겸 마사지도 받았습니다. 마사지 시간은 30분. 가격은 무려 7만원. 가격에 비해 뭔가 부족한 서비스였지만 당시에는 신청할 수 밖에 없는 마음이었습니다. 마사지 덕인지 심한 젖몸살은 찾아오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이튿날도 양가 부모님의 방문을 빼고는 식사와 수유, 휴식이 반복되는 생활이었습니다. 첫 날 열심히 사진을 돌리며 자랑을 하던 저는 자다 깨다 하며 몽롱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퇴원을 하는 마지막 날. 9시 반부터 부지런히 원무과를 찾아 퇴원 수속을 밟고 짐을 정리한 뒤 아기를 받기 위해 신생아실을 찾았습니다. 간단하게 아기의 현재 상태와 접종 상태,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산후 조리원은 굳이 갈 필요가 없다며 신청을 거부했기에 퇴원 후 바로 건들기도 조심스러운 신생아를 안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내도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아기도 면회 시간이 아닌 하루 종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들떴지요.




  집에서의 첫 날


퇴원 후 집에서의 첫 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퇴원 전 마지막 분유를 30ml 받아 먹은 아기는 세 시간 정도 아주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잠을 잤습니다. 이제 곧 배가 고프면 앵~ 하면서 신호를 주겠지. 응가를 해도 앵~ 하고 신호를 주겠지. 평화로운 모습을 떠올리며 얼른 울기를 기다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앵~ 신호가 왔고 30ml의 분유를 타서 먹이고 트림을 시켜주니 또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또 앵~ 하고 신호가 와서 기저귀를 갈아주니 또다시 수면시간.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그렇게 순조롭게 하루를 넘기나 했는데... 새벽 두 시 무렵.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면서 그치질 않습니다. 분유도 먹였고 기저귀도 뽀송한데 왜 이렇게 울까? 그렇게 안고 달래기를 두 시간. 결국 분유를 한 번 더 먹였더니 진정이 됐고 그렇게 밤을 뜬 눈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수유와 수면 패턴을 알지 못하니 마냥 지켜 보다가 결국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 되니 다시 아기는 규칙적으로 신호를 보냈고 순조로워 보였습니다. 먹이고 갈고 재우고 먹이고 갈고 재우고. 그러다가 역시 1시를 넘기고 나니 아기가 자지러지듯 울기 시작합니다. 이러다 숨이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둘이서 마음을 졸이며 어르고 달래 보지만 웬만해서는 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 이게 바로 인터넷에서 본 '영아 산통'이란 건가 보다 하면서 열심히 달래 봤지만 두 시간 가까이 지난 뒤 분유를 먹은 뒤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우리 밥 챙기고 아기 챙기고 젖병도 소독하고 설거지도 하고 하면서 슬슬 몸이 힘들어집니다. 주변의 육아 선배들이 '육아 지옥이네' '헬 게이트가 열렸네'하는 말들은 모두 과장된 말들로 생각하고 흘려 들었었는데 그냥 놀리려고 한 말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뿌듯했습니다. 둘이서 척척 잘 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죠.




  복병 등장 - 황달


그러다가 설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인 토요일에 소아과를 찾았습니다. 연휴 기간이라 하지 못했던 황달 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조심스레 아기를 안고 병원을 찾았는데 분유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깊은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30분을 기다려서 검사를 위해 발 뒤꿈치에서 채혈을 하는데 바늘로 찔러도 깨지 않더군요. 의젓한 우리 아기는 바늘로 찔러도 울지 않는다고 대견해 하며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30분 정도 지나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황달 수치가 조금 높다고 하는군요. 15 이상이면 위험한데 12.5로 꽤 높은 수치가 나왔다는 의사의 설명이었습니다. 다행히 모유 황달이나 병리적 황달이 아닌 다수의 신생아에게서 나타나는 생리적 황달이기 때문에 잘 먹이면 생후 7일 이후부터 좋아질 거라는 설명을 하며 분유는 얼마씩 먹이냐고 물었습니다. 검사 당일은 아기의 생후 5일째였는데 우리는 여전히 30ml를 먹이고 있었습니다. 모유를 먹일 건데 분유로 뱃골을 늘려두면 안 될 것이라는 어리석은 판단 때문이었지요. 신생아의 생리적 황달은 충분히 먹여서 황달을 일으키는 빌리루빈을 변으로 배출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황달이 오면 아기가 축축 쳐질 수도 있으니 깨워서라도 잘 먹여야 한다고 합니다. 설명을 듣고 잘 버텨오던 아내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립니다. 아기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퇴원할 때 7일차까지는 하루에 10ml씩 늘려가면서 먹이라는 말을 무시했던 게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뒤에 바늘로 찔러도 깨지 않고 자던 아이가 더 걱정스러웠습니다.

병원에서 돌아온 뒤부터 분유 수유량을 조금씩 늘렸습니다. 그날 밤부터는 자지러지듯 우는 시간도 짧아졌습니다. 지난 이틀간 아기가 그렇게 울었던 건 아마 분유의 양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우리는 또 아기한테 미안해졌습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에 다시 한 번 황달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결과는 9.5로 좋아졌고 모유 수유를 해도 괜찮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휴... 다행히 한 고비 넘겼군요. 무지의 위험성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던 지난 3일이었습니다.





황달의 1차 고비는 잘 넘겼지만 이제부터 시작. 황달 뒤에는 모유 수유라는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기만 낳으면 자연적으로 나올 줄 알았던 엄마의 젖. 하지만 출산 후 5일이 되도록 소식이 없어서 우리 부부를 초조하게 하고 있는데요. 과연 성공적으로 모유 수유를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