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되는 게 아니었어?
임신만 하면 출산까지 아무 걱정이 없을 줄 알았던 것처럼 모유 수유도 아기만 낳으면 자동으로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참 어리석죠. 입원 기간 동안 받은 마사지로 충분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곧 모유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5일째가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때마침 우리보다 일주일 정도 먼저 아기를 낳은 동생네가 마사지를 받고 모유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마사지를 권하더군요. 아내는 바로 검색을 해 보더니 평이 꽤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통곡 마사지(?)라고 하는데 왜 그런 이름이 붙은 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급했기에 5일차였던 지난 토요일에 업체를 방문했습니다.
드디어 나오기 시작한 초유
마사지를 받기 위해 찾은 맘스리베는 소형 오피스텔로 관리사 한 분이서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검색하면 여러 지역에 나오는 걸 보니 체인점 비슷한 것인가 봅니다. 관리사는 편안한 인상의 편안한 목소리로 아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고 약 1시간 동안 정성껏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7만원짜리 병원 마사지보다 8만원짜리 통곡 마사지가 훨씬 아프지 않고 좋았다고 하더군요. 통곡 마사지라길래 엄청 아픈 마사지인 줄 알았더니 그런 의미가 아닌가 봅니다. 마사지를 받고 약 20분 정도 젖 물리는 방법이나 자세에 대해 조언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날 저녁. 갑자기 아내의 가슴에서 흰 액체가 뚝 떨어지더니 연이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마사지의 효과를 본 건지 나올 때가 된 건지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정말 기뻐했고 아이에게 젖을 물렸습니다. 하지만 초유의 특성상 그 양이 충분하지 않아 아기는 보채기 시작했고 결국 분유로 보충을 해줘야 했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젖 물리는 방법과 자세가 올바르지 않아서 유두의 통증을 호소하고 아기를 들고 먹이다 보니 손목에도 많은 무리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아내는 힘들어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병원에서부터 젖을 물리는 연습을 해서 그런지 아기는 거부감 없이 잘 빨았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나름의 최선을 다해서 아기가 울 때마다 모유와 분유를 먹였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맘스리베를 다시 한 번 찾았습니다.
제대로 된 자세를 교육 받다.
두 번째 방문을 해서는 아기 젖 물리기를 먼저 했습니다. 아기가 배고파서 울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젖을 물리면서 자세와 방법을 봐 주셨는데 왜 유두가 아프고 손목이 아팠는지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 주었고 교정을 해 주었습니다. 물리려는 젖의 방향에 맞게 손을 사용해야 하는데 반대로 사용하고 있었고 아기가 젖을 물 때 턱이 닿지 않고 아래 입술이 말려 들어가 빨긴 빠는데 불편하게 빨았기 때문이랍니다. 관리사가 알려준 방법은
- 오른쪽 젖을 물리려면 왼손으로 아기 목 부분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유두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도록 가슴을 눌러준다.
- 왼손으로 아기의 머리를 움직여 유륜에 아래 입술이 닿게 한다.
- 아기가 입을 벌리면 오른손을 놓아 유두를 물린다.
알려준 방법대로 하니 아기가 더 편안하게 젖을 물고 쉽게 젖을 빨기 시작했습니다. 마시지도 마사지지만 이번 조언이 훨씬 필요하고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양쪽 젖을 10분씩 물리고 1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수유 보조 기구 - 수유 쿠션
마사지를 받기 전 아내가 수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편안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세와 방법의 교정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그 이유는 바로 수유 쿠션. 보는 순간 아내에게 필요한 아이템이다 싶어 아내에게 하나 사가지고 가자고 했더니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조금 쓰고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겠지요. 5만 5천원이란 가격도 부담이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모유 수유를 더 편하게 할 수 있다면 아깝지 않아 보였습니다. 망설이는 아내를 설득할 것 없이 그냥 하나 달라고 해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집에 와서 며칠 사용해 본 결과 아내의 반응은? 대만족이었습니다. 안고 있을 필요가 없어서 손목에 무리도 가지 않고 손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자세가 편안하니 등과 허리에도 무리가 가지 않고... 정말 사길 잘 했다고 하더군요. 모유 수유가 시작 되면서 분유를 타고 젖병을 씻어서 삶고 하던 내 역할이 줄어 들고 난 뒤 아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만 보는 게 더 가슴 아팠는데 잘 되었습니다.
이렇게 또 한 번의 고비를 잘 넘겼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놓으려는 그 때 아기가 젖을 다시 토해 냈습니다. 먹이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먹이고 난 뒤 트림을 시키고 세워서 안아주는 것을 소홀히 했더니 아기가 바로 신호를 줍니다. 엄마, 아빠 제대로 해 달라고 말이죠.
그리고 분유보다 모유는 양도 적고 소화도 빨리 돼서 수유 간격이 짧아져 아내는 더 힘들어 졌습니다. 정말 쉬운 게 하나 없습니다. 앞서 육아 전쟁을 치른 선배들이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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