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아내의 새로운 취미 - 옷 만들기

슈라。 2019. 2. 28. 08:01

  미싱 사 줘.


어느 날 아내가 툭 던진 말입니다. '미싱? 재봉틀? 그거 할 줄 알아?' 라고 대답이 나왔습니다. 뜨개질도 잘하고 손재주가 있어서 아이들 옷이나 소품을 만들어 내는 아내였지만 이런 것도 할 줄 아나 싶었습니다.


아내는 배우면 좋을 것 같아서 배워 보려고 한다고 말 했습니다. 집에서 쓸 만한 제품을 봐 둔 게 있다며 하나 사달라고 했습니다. 재봉틀 꽤 비싼 줄 알았는데 몇 만원 안 하기에 사 줬습니다.



HONS라고 써 있는 이 제품입니다. 5만원 대의 제품인데 아내는 노루발이니 실이니 하면서 더 필요한 것들을 주문했습니다.


집안 일을 도맡아 하면서 아들 둘을 키워내기도 힘들 텐데 뭐라도 하고 싶다는 게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정말 많이 힘들텐데 잘 해 내주고 있는 고마운 아내입니다.





  문센 보내 줘.


재봉틀을 산 지 두어 달 지났을 쯤 문화센터에 다니겠다고 합니다. 재봉틀로 이거 저거 하나 싶다가 좀 뜸해졌길래 그냥 장난감이었나 했는데 본격적으로 배워 볼 모양입니다.


가서 재미 있게 배워보고 오라고 했습니다. 무슨 기대를 하거나 하는 건 아니고 나가서 바람 쐬고 오는 걸로 좋겠다 싶었습니다. 집에만 있으면 많이 답답할 테니 말이죠.


문화 센터에 몇 번 나가더니 첫 결과물을 내 보였습니다.



큰 아이에게 입힐 옷을 한 벌 만들어 왔습니다. 원단을 먼저 보여 줬었는데 만들어 온 옷이 생각보다 훌륭합니다. 정말 기대도 안 했는데 상상 이상입니다. 아내는 정말 재미있다고 합니다.





며칠 뒤에는 다른 원단으로 다른 옷을 하나 더 완성했네요.


문화센터에 다녀 보니 재봉틀을 잘못 샀다고 합니다. 너무 작고 힘이 없어서 잘 안 되고 바늘도 잘 부러지는데 문화센터에 가서 해 보니 쉽게 잘 되고 조용하고 좋았다고 합니다. 외벌이에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생각해서 아내가 비싼 걸 사달라고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열심히 검색을 합니다. 좋다는 재봉틀을 여럿 찾아 보다가 하나를 골라서 보여 줍니다.

재봉틀이랑 오버로크용을 세트로 할인해서 50만원 쯤 한다고 몇 번을 보여 주기에 주문 해 드렸습니다.





  새 재봉틀


새 재봉틀입니다.

elna라고 쓰여 있군요. 재봉틀은 부라더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러 회사가 있나 봅니다. 준공업용 재봉틀이라고 합니다.





함께 온 오버록 재봉틀입니다. 그냥 재봉틀도 복잡해 보였는데 이 기계는 더 복잡해 보이네요.


잠깐 돌려 본 아내 말로는 확실히 힘이 좋고 조용하고 잘 박힌다고 합니다. 옆에서 듣기에도 먼저 산 작은 재봉틀보다는 부드럽고 조용해 보입니다.





  집에서 만든 첫 작품


신이 난 아내는 바로 작업에 들어 갑니다. 2월을 끝으로 어린이집을 옮기는 두 아이를 지난 1년 동안 잘 돌봐 준 어린이집 선생님 네 분. 그 선생님들께 어린이집에서 착용할 앞치마를 하나씩 선물 할 거랍니다.


앞치마 디자인을 고르고 옷감과 실을 주문하고 옷 본인지 옷 도안인지를 A4용지에 출력해서 이어 붙이고 오려서 천에 초크로 그려서 잘라 각 파트를 만들고 바느질로 완성하기까지...

엄청나게 복잡해 보이는 과정을 척척 해 내는 모습을 보니 대단합니다. 짜증 한 번 안 내고 재미 있다고 하니 적성을 찾은 것 같습니다.


10시만 되면 자던 아내가 몇 날 며칠을 잠까지 줄여가며 아이 졸업, 수료식 전에 앞치마 네 개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디자인의 앞치마 두 벌과



이런 디자인의 앞치마 두 벌.


아내는 처음 해 보는 앞치마라 실수도 많고 부족하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훌륭합니다. 그런데 선생님 네 분의 서로 다른 체형에 맞게 만든 거라고 했는데 아내의 눈썰미는 정확했을까.


정확했습니다. 선생님 네 분 모두 마음에 들어 하셨고 바로 착용한 모습도 보여 주셨습니다.


재봉틀을 안 사줬으면 어쩔 뻔 했나 싶습니다. 앞으로 아이들 옷은 물론이고 남편 옷도 만들 거라고 하는데 기대가 되네요.